[해외뉴스]
돌아온 똑단발 살인마 안톤 시거! 하비에르 바르뎀의 악역 캐릭터들
2018-08-17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왼쪽부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8년, 2018년 포스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8월 8일 10년 만에 재개봉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단발머리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다. 관객들에게 소름 돋는 인상을 남긴 그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안소니 홉킨스), <다크 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등과 함께 지금까지도 역대급 악당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개봉판 포스터에서는 그런 그의 모습이 부각됐다.

안톤 시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 그 해 열린 여러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그는 선 굵은 마스크, 중저음의 목소리, 디테일한 표정 등으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후에도 하비에르 바르뎀은 강한 무게감을 뽐내는 악역들을 맡았으며 그가 표현한 캐릭터들은 제각각 다른 개성을 자랑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재개봉과 함께 그가 그려낸 악인들을 모아봤다.

* 해당 영화들의 내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시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마약 거래 현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는 총격전으로 쓰러진 시체와 20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이 있었다. 모스는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가방을 챙긴 것이다.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그를 쫓는다. 한편 총격전 현장을 조사하던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역시 두 사람의 뒤를 따른다.

안톤 시거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다. 이 문장은 사실 많이 부족하다. 그는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의 큰 특징인 이해, 공감 능력의 상실을 넘어선 살인마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물론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 유명한 시골 주유소 사장과의 동전 던지기 장면을 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알 거라 믿는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시거의 이질감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행동과 합쳐져 공포를 유발한다. 주로 도축용 공기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에게 피해자들은 이미 사람 이하의 존재다.

<007 스카이폴> 실바

<007 스카이폴>

영국 정보부 MI6의 요원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는 임무 수행 중 동료가 실수로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는다. 그는 이를 계기로 본부에 복귀하지 않는 채 은둔한다. 전직 MI6 요원, 실바(하비에르 바르뎀)로 인해 MI6는 붕괴 위기에 처하고 결국 제임스 본드는 그를 막기 위해 복귀한다.

실바는 요원 시절, MI6의 국장 M(주디 덴치)에게 버려져 적들에게 붙잡힌 인물이다. 그는 고문 과정에서 치아 사이에 속에 숨겨뒀던 자살용 액체를 터트리지만 죽지 못한 채 얼굴이 녹아내린다. 이로 인해 M에게 매우 강한 증오심을 느끼고 복수를 계획한다. 극 중반까지는 인공 잇몸을 장착해 그 모습이 티가 나지 않지만, 감옥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자신의 과거와 감정을 털어놓으며 그 실체가 드러난다.

<007> 시리즈에 등장한 대부분의 악역들이 돈, 세계 정복 등을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 이에 반해 실바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모든 사건을 꾸몄다. 그는 M을 향한 단순한 증오를 넘어서 애증에 가까운 집착과 감정을 보여준다. 죽은 M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그의 표정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느껴진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악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식의 자칫 뻔해질 수 있었던 캐릭터를 심도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실바는 팬들에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 중 최고의 악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살라자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윌 터너(올랜도 블룸)의 아들 헨리 터너(브렌튼 스웨이츠)는 아버지의 저주를 풀기 위해 바다의 보물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아 헤맨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오랜 친구 잭 스패로우(조니 뎁)와 삼지창의 지도를 가진 카리나(카야 스코델라리오)와 동행하게 된다. 과거 잭 스패로우 덕에 모든 것을 잃은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가 그들을 쫓고 잭 스패로우의 오랜 동료이자 적, 바르보사(제프리 러쉬)까지 그들의 추격전에 동참한다.

안타깝게도 하비에르 바르뎀이 가장 최근 악역을 연기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이하 <캐리비안의 해적 5>)는 시리즈 사상 최악의 혹평을 받았다. 살라자르는 과거 잭 스패로우에게 패배해 죽지 못한 채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저주에 걸린 인물이다. 그는 육지에 발을 디디면 사라지게 되고, 그 이외 어떠한 방법으로도 죽일 수 없는 몸을 가졌다. 이런 설정에 걸맞게 그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살라자르는 영화의 부제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말하는 첫 등장까지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이후 복수심에 가득 찬 그의 내면, 화려한 액션 등은 나오지 않은 채 허무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마지막 퇴장 역시 딸을 위해 희생하는 바르보사의 멋진 죽음을 위해 기능적으로 소모된 느낌이 강했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캐리비안의 해적 5>로 그해 최악의 영화들을 선정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조니 뎁과 함께 최악의 남우주연, 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왼쪽부터) <마더!>, <에브리바디 노우즈>

<캐리비안의 해적 5>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하비에르 바르뎀. 실망하기는 이르다. 그는 이후 공개한 <마더!>, <에브리바디 노우즈> 등의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력을 뽐내기도 했다. 악역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은 두 영화에서 미스터리하면서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바르뎀의 더 큰 존재감을 보여줄 작품이 개봉 대기 중이다. 그는 유니버셜픽쳐스의 ‘다크 유니버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제)의 프랑켄슈타인 역으로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미녀와 야수>의 빌 콘돈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조니 뎁, 톰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논의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2019년 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개봉이 연기됐다. 아직 변경된 개봉일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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