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이 인기 영화상을 신설한다. 지난 8월 8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2019년 91회 시상식부터 인기 영화상 부문을 신설하고 생중계를 3시간으로 제한하며, 2020년부터 2월 초로 개최일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올해 열린 90회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아카데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기 영화상 신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여러 외신은 아카데미의 결정을 두고 “오스카를 MTV 어워즈로 만드는 일”이라 평했다. 또한 ‘인기’ 영화들이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있다. 2004년의 작품상 수상작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1998년 수상작 <타이타닉>, 1995년 수상작 <포레스트 검프>처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꾸준히 아카데미의 최고 영예로운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라라랜드> <겟 아웃>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마션> 등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들이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활약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인기 영화상의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기의 기준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블랙팬서>급의 흥행을 뜻한다면, 인기상 신설의 배경에 디즈니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참고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는 <ABC>의 모회사는 디즈니다. <허핑턴포스트>의 매튜 제이콥스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슈퍼히어로영화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아카데미의 주요 청중이 아니다. 시청률의 하락은 후보작들의 문제가 아니라 프라임타임에 TV를 보는 가정이 점점 줄어들어서다. 특히 아카데미가 유입하길 희망하는 젊은 관객층은 더욱 줄고 있다.” 아카데미의 포퓔리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