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남쪽으로 날아가는 물떼새 무리에서 작은 아기 새가 태어난다. 겁 많은 플로이(김채하)는 또래보다 날갯짓이 한참 늦기만 한데, 어느 날 구역에서 악명이 자자한 포악한 매 섀도우(윤세웅)가 플로이를 낚아채자 아빠 새(하하)가 대신 몸을 날린다. 아빠를 잃고 겨우 살아난 플로이는 비행의 두려움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이웃집 고양이에게 붙잡히고, 플로이가 죽었을 거로 생각한 엄마와 여자친구 플로베리아(김소희)마저 일행과 함께 남쪽으로 떠나버린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서툰 아이의 동화 <플로이>는 어쩌면 너무 착하고 예측 가능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눈높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극히 원형적인 서사다. 겁 많던 주인공이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 협동과 자립심을 배우고, 결국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이야기. 그러니 유럽산 조류 애니메이션인 <플로이>를 보는 재미는 따로 있다고 해야겠다. 물떼새, 가마우지, 멧새, 매, 들꿩 등 이름과 외양이 마냥 익숙지만은 않은 새들이 등장하는데, 종의 생활 습성에 따라 무리 지어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정겹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산의 협곡과 얼음 동굴, 그 위로 펼쳐진 오로라를 마주하는 순간엔 <플로이>가 아이슬란드에서 온 애니메이션임이 실감되기도 한다. 화사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3D 작화 또한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