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회에도 십수번씩 예쁘다, 얘가 더 예쁘다. 말라서 부럽다, 너도 말랐다 등 외모를 언급하는 말들을 주고받는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매일 모이는 자리에서도 질리지 않고 외모가 화제로 오른다. 외모 칭찬이 인사나 덕담과 같다면, 주변이 동의하는지 진정성과 객관성을 따지느라 예민하게 곤두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볼 때마다 괴로워서 몸을 뒤틀게 된다. 듣고 흘렸던 말, 무신경하게 건넸던 말, 정색하기 뭣해서 삼켰던 말들이 기억 속에서 거북하게 치고 올라온다.
못생겼다고 공격하는 동급생들 사이에서 어두운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 강미래(임수향)는 한국대 화학과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도 못 알아볼 정도로 성형수술을 한다. ‘티가 나게’ 예뻐진 미래는 간신히 또래와 어울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속하게 된 사회는 외모 평가를 권력으로 삼는 쪽과 평가를 내면화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쪽의 갈등이 (이제야) 불거지는 곳이다. 미래가 과 선배이자 사업가인 나혜성(박주미)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목숨을 걸고 수술대에 올랐던 성형미인 미래와 아름다움으로 고충을 겪은 자연미인 혜성이 ‘평범한 얼굴이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난 세월을 회고한다. 동시에 드라마는 그 ‘평범한 얼굴’에 속한 여성들이 겪는 무수한 품평과 부당한 압박을 현재시점으로 둔다. 이 때문에 이야기는 특별한 개인의 수난기로 축소할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