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가 서스펜스를 연출하는 방식
2018-08-30
글 : 장영엽 |
<서치>가 서스펜스를 연출하는 방식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발견이자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화제의 작품, <서치>가 8월29일 개봉한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다룬 이 영화는 오직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참신한 스타일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흡인력 있는 전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감독 아니시 차간티의 장편 데뷔작인 <서치>는 올해 28살이 된 이 젊은 미국 감독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우리가 <서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짚어보았다. LA에서 만난 아니시 차간티 감독과 주연배우 존 조의 인터뷰는 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선댄스영화제 #화제작



<겟 아웃>(2017), <위플래쉬>(2014),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와 <500일의 썸머>(2009)…. 미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제, 선댄스는 지금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들이 자신들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장소다. 선댄스가 <위플래쉬>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의 기민함을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라라랜드>(2016)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고,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의 라이언 쿠글러를 간과했더라면 <블랙팬서>(2018)는 지금쯤 다른 감독의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2018년의 선댄스영화제가 발굴한 라이징 스타는 <서치>의 아니시 차간티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디지털 세계에서 그녀의 흔적을 좇는 아버지의 추적기를 다룬 <서치>는 노트북, 휴대폰 바탕화면이나 CCTV 등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을 통해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로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서치>의 진정한 성취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를 단순한 소품만이 아니라, 영화적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노트북 화면의 깜박이는 커서가, 메시지를 입력할 때 표시되는 말줄임표가, 전화가 걸려올 때 뜨는 스크린세이버가 영화적으로 새로운 정서를 얻게 되는 순간을 우리는 이 영화에서 목도할 수 있다. 특히 그 어떤 부연설명이나 내레이션 없이 노트북 폴더에 담겨 있는 각종 사진과 캘린더, 홈비디오와 영상 통화 등을 통해 주인공 가족의 전사를 유려하게 펼쳐내는 오프닝 시퀀스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2009)의 오프닝에 견줄 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참신한 형식과 강렬한 드라마를 함께 장전한 <서치>는 선댄스영화제 넥스트 부문(미국 저예산영화 상영 섹션)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올해의 선댄스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권이 거래된 영화 중 한편이기도 하다.




#사라진딸 #미스터리스릴러



사라진 그녀를 찾아라. <서치>는 실종사건을 다루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익숙한 서사를 따르고 있다. 주인공 데이빗(존 조)은 아내와 사별한 뒤 16살 딸 마고(미셸 라)를 홀로 키우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목요일 저녁, 마고는 친구 집에서 밤을 샌다며 집을 비운다. 그날 밤 11시30분, 마고로부터 부재중 전화 세통이 걸려오지만 데이빗은 받지 못한다. 다음날 마고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데이빗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행적이 묘연한 딸을 찾기 위해 데이빗은 로즈마리 형사(데브라 메싱)의 도움을 받는 한편, 유일한 실마리인 마고의 노트북에서 단서를 찾으려 한다. 사건의 전말에 다가갈수록, 데이빗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마고의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앞서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등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하지만 이러한 충격과 반전의 드라마에 선행하는 건 치밀하게 직조된 미스터리다. <서치>에 허투루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뉴스 기사, 화면에 게시된 팝업창 하나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퍼즐로 기능한다. 전지적 시점으로 관객에게 정답만을 제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수많은 실마리를 던져놓은 다음 관객에게 도전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서치>는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라이프 #아니시_차간티



<서치>는 무엇보다 제작기가 궁금한 영화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통해서만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설정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치>의 프로듀서인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그는 <나이트 워치> <원티드>의 감독이기도 하다)는 동료 프로듀서와 스카이프를 하다가 동료가 실수로 스카이프의 화면 공유 기능을 끄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는 동료가 페북 메시지를 보내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디지털 기기에 비친 사람들의 삶을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크린라이프’는 인간의 삶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해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우리의 삶 전체가 모바일 기기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두려움, 사랑, 우정, 배신,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바보 같았던 실수까지. 이 모든 것들이 드러나는 통로인 스크린 없이는 오늘날의 세계와 인간 군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이러한 연유로 디지털 기기 화면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스크린 라이프’로 명명하고, 이 새로운 영화적 형식을 차용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친구들이 모인 채팅방에 자살한 친구의 아이디를 가진 누군가가 접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호러영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가 그 신호탄이었고, <서치>는 베크맘베토프의 제작사 바젤레브스의 ‘스크린라이프’ 시리즈를 잇는 후속작이다. 이 영화가 펼쳐 보이는 디지털 기기 속 등장인물들의 삶은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에 비해 훨씬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디지털 기기의 종류만 해도 노트북, 휴대폰, 웹캠, CCTV 등으로 확장되었으며 스크린 속에서 보이는 콘텐츠 역시 각종 SNS와 메신저 프로그램, 영상통화, 뉴스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서치>를 보고 있으면 이 영화의 제작진은 디지털 기기와 SNS의 속성을 아주 잘 알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의 감독 아니시 차간티의 이력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1991년생인 이 젊은 미국 감독은 구글 글라스를 끼고 인도에 사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아들의 여정을 다룬 영상 <구글 글라스: 시드>(Seeds)로 24시간 만에 100만뷰를 기록해 화제가 됐고, 구글에 채용돼 2년간 영상과 광고를 제작했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디지털 기기의 기능에 감수성을 결합한 영상을 만드는 시도를 계속해온 아니시 차간티의 경험은 기술과 스토리텔링의 효과적인 결합을 시도하는 <서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을 거다.




#한국계_미국배우의_활약 #존_조



존 조를 필두로 한국계 미국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서치>는 할리우드 스릴러 장르영화의 역사에 인상적인 궤적을 남길 작품이다. 해마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스릴러영화들이 쏟아져나오지만, <서치> 이전에 아시아계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주요 캐릭터로 아시아계 배우가 등장한다 해도 서양인들의 편견에 의해 왜곡된 모습이거나 다소 희화화되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서치>는 그동안 백인 배우들의 전유물이었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 역할을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에게 맡김으로써 미국영화 속 아시아계 배우의 활동 범위를 한층 더 확장했다. 그 자신이 인도계 미국인인 아니시 차간티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 <서치>를 구상하며 자신이 성장해온 미국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차간티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 주민으로서, 또는 아버지의 동료로서 다양한 한국계 테크 엔지니어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구상한 <서치>의 데이빗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비공개 계정의 비밀번호쯤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는 한국계 테크 엔지니어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인물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이는 존 조다.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동안 딸의 본모습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아버지로 분한 존 조의 안정적인 연기는 앞으로 더 많은 아시아계 미국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해롤드와 쿠마>부터 <스타트렉> 시리즈까지 그동안 다채로운 규모와 장르의 영화에 몸담아왔던 베테랑 배우임에도, 존 조에게 <서치>는 고정된 화면에 갇혀 연기해야 하는 제약과 상대배우와 눈을 맞추며 연기할 수 없다는 난점으로 인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돌파해나가며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서하는 존 조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서치>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 밖에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에 출연한 사라 손(데이빗의 아내 파멜라 역), 미국 드라마 <NCIS: 로스엔앤젤레스8>(2016)의 배우 조셉 리(데이빗의 동생 피터 역)와 연기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신인배우 미셸 라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한국계 미국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소셜네트워크_시대의_명암 #트렌디_스릴러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텀블러, 그리고 유캐스트 라이브 방송. 데이빗은 마고가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고서야 딸이 맺고 있는 교우 관계와 그녀의 속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서치>는 소셜네트워크를 한 사람의 내면을 기록하고 사회적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아카이브로 바라본다. 이 아카이브는 때때로 숨막히는 일상의 탈출구가 되어주며 뜻밖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위험을 유발하기도 한다. 10대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누구와 관계를 맺어가며,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가. 영화 <서치>는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도래한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서늘한 대답이다. 참신한 형식과 몰입감 높은 이야기를 통해 SNS 사회의 명암을 조망하는 <서치>는 적시에 당도한 트렌디한 테크 스릴러다. 2018년의 발견으로 기억될 영화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