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를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영화제)는 올해 여러 변화에 직면했다.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의 교체는 영화제 내부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홍형숙 신임 집행위원장은 DMZ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프로그래머의 역할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조명진 프로그래머는 올해 2월부터 영화제에 합류했다. 20년 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소르본 누벨 파리3대학에서 다큐멘터리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프랑스 국립 예술사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어떻게 영화로 10회를 기념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영화제의 10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거장들의 작업을 돌아보는 일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올해 마스터클래스를 신설해 두 거장을 초대했다. 제3세계 영화운동의 산증인인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의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 “이스라엘의 마이클 무어로 소개되곤 하는” 아비 모그라비 감독이 주인공이다. 올해 타계한 클로드 란즈만 감독 역시 DMZ영화제를 찾으려 했다. “란즈만 감독에게 DMZ영화제 얘기를 꺼냈더니 ‘아마도 내 생에 마지막으로 하는 먼 나라로의 여행일 것 같다’며 초청을 수락하셨다.” 클로드 란즈만 감독은 눈을 감았지만, 특별상영을 통해 <네이팜>(2017)과 그의 유작 <네 자매>(2017)를 만날 수 있다.
‘영화제’ 이야기가 아닌 ‘영화’ 이야기가 시작되자 조명진 프로그래머의 말이 빨라졌다. 그가 힘주어 언급한 작품 중 하나는 마농 오트 감독의 <사그라드는, 사그라들지 않는>(2018)이다. 몇 세대에 걸쳐 르노자동차 공장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프랑스 이민자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사진작가였던 감독이 그곳에 정착해 10년간 이민자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며 기록한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 다른 추천작은 로버트 크레이머 감독의 <우리 모두의 나치>(1984)다. 적대적 대상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의 문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윤리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강수진, 리처드 용재 오닐 등 명사들이 추천하는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이나 ‘야외샹영’을 통해서는 다양한 관객과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를 탐구하고 싶은 전문가부터 다큐멘터리가 낯선 초보 관객까지, 다양한 관객이 DMZ영화제를 즐겼으면 좋겠다.”
신발
“2월 26일, DMZ영화제에 출근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신고 있는 신발이다. 영화를 볼 때 신발을 벗고 본다. 프랑스 물가가 비싸 유학 초기엔 영화관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영화관에 가면 마음이 경건해져서 신발을 벗어 놓고 영화를 봤다.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웃음)”
2011~17 프랑스 국립 예술사원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2010~15 국립 동양어대학 ‘한국 고전영화의 이해’, ‘한국 현대영화의 이해’ 강의 2010~14 소르본 누벨 파리3대학 ‘다큐멘터리영화의 미학’ 강의 2010~11 예술사 페스티발 영화 프로그래머 2006~10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