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둔 밤>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낸 진짜 청춘의 이야기
2018-09-05
글 : 임수연

영화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 멤버들은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영화를 만들기로 충동적으로 결심한다. 제목은 ‘어둔 밤’(Dark Night).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 소재부터 제작비 규모 300만원까지 모든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리는 그들은 영화 <명량>과 <7번방의 선물>을 재미있게 본 신입생들의 안목을 지적하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평소 존경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본받아 CG를 쓰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캐릭터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메소드 연기를 추구한다.

처음 보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종종 실제와 허구를 헷갈리게 하지만 <어둔 밤>은 가상의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투박한 학생 영화처럼 보이지만 독창적인 유머에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솜씨가 발군이다. 관객 각자가 영화 애호가로서 가진 경험이 많을수록 코미디 타율도 더 높아진다. 메이킹 필름에 해당하는 1, 2부를 거쳐 <어둔 밤>의 완성본이 등장하는 3부는 영화의 백미. 나름의 고민이 느껴지고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줘서 뭉클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어둔 밤>에는 윗세대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낸 진짜 청춘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열정과 고민을 가볍지도, 느끼하지도 않게 담아냈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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