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자동차 정비공 그레이(로건 마셜 그린)는 뭐든 손으로 직접 만져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어느 날 그레이는 무장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다. 그레이의 고객이자 거대 기업의 회장 에론(해리슨 길버트슨)은 그런 그레이에게 정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제안한다. 최신의 인공지능 두뇌 스템을 이식하면 신경을 이어서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 수술은 성공하지만 인공지능 스템은 자아를 지닌 채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그레이의 승인을 얻어 그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한다. 이윽고 힘을 얻은 그레이는 스템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죽인 자들을 찾아 복수를 해나간다.
좋은 의미에서 전형적이다. 신체능력을 상실한 인간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초인적인 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은 이미 <로보캅>(1983) 등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로봇 대신 인공지능을 차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고 거기에 합당한 액션 시퀀스를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상당히 새로워진다. 기본적으로 SF, 액션을 바탕으로 하되 종종 코미디를 넘나들며 양념처럼 SF 특유의 철학적 성찰을 녹여냈다. 핵심은 <겟 아웃>(2017), <해피 데스데이>(2017)를 통해 입증된, 저예산의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력을 뽑아내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전략에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집중할 줄 아는 이야기, 경제적인 연출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제대로 된 장르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