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양말요정 휴고의 대모험> 사라지는 양말 한 짝의 비밀
2018-09-05
글 : 김소미

양말의 발목쪽이 입이 된 형태의 양말요정들은 얼핏 자그마한 코끼리 인형 같은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하나뿐인 가족인 할아버지를 잃은 양말요정 휴고(조연우)는 창고에 평생 먹고도 남을 양말을 저장해 둔 삼촌(박상우)과 그의 아들 홀쭉이, 길쭉이를 찾아간다. 요정을 잡으려고 덫을 설치하기 바쁜 레네 박사(이민형)와 양말요정계의 불량배 무리까지 만나면서 휴고는 짧은 생애 중 가장 큰 모험에 휘말린다.

한짝만 사라진 양말 때문에 난감해지는 것은 동서고금 보편적인 경험인 모양이다. 체코와 크로아티아가 합작한 동유럽 애니메이션 <양말요정 휴고의 대모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들이 양말 한짝을 훔쳐 먹는다는 상상력으로 색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특별한 꾸밈 없이 일상 공간이 섬세하게 구현된 배경 위로, 보드라운 양말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것 같은 요정이 돌아다닌다. 기묘하고 넉넉한 귀여움을 안기는 광경이다. 민담 격의 모티브를 현대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한 영화는 그에 걸맞게 지혜로운 격언들도 품었다. ‘한짝만 훔치고 한짝은 인간에게 남겨둘 것’, ‘사람들과 어울리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 등 휴고에게는 아직 알쏭달쏭한 말들이 어린이 관객에게도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물 샐 틈 없이 빠른 전개에 비하면 해프닝 위주의 자유로운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 때문인지 후반에 접어들면 다소 산만한 인상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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