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어 형태가 있다고도 하고 혹은 소리와 냄새가 났다고도 하니, 근거 없는 괴설이 어쩌면 이렇게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중종 22년 6월 26일) <물괴>는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영감을 받은 액션 스릴러다. 사물 물(物)에 괴이할 괴(怪), 한번도 본 적 없는 괴수가 출몰해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소문이 한양에 퍼진다. 중종(박희순)은 이것이 자신을 압박하는 영의정(이경영)이 의도적으로 낸 소문이라고 생각하며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에게 수색을 명한다. 윤겸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성한(김인권)과 외동딸 명(이혜리), 무관 허 선전관(최우식)은 한양 곳곳을 살피며 괴물의 흔적을 좇는다. 이들의 여정에 영의정의 오른팔 진용(박성웅)과 그의 수하가 함께한다.
<물괴>는 괴수의 등장까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조선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조명한다. 세도가들에 휘둘리는 무기력한 왕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백성들, 그리고 이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교활하게 이용하는 사람들. ‘물괴’는 실제로 존재하는 괴물이자, 인간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상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대를 통과하는 네 주인공(윤겸과 성한, 명과 허 선전관)의 모습이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진다. <괴물>(2006)과 <7광구>(2011)의 경우처럼, <물괴>는 사회의 어둠으로부터 탄생한 괴수와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외에 어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다. 인물들은 지극히 예측 가능한 궤적으로 움직이며 유머는 종종 불발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궁중 액션 시퀀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 볼거리. <카운트다운>(2011), <성난 변호사>(2015)의 허종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