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호박과 마요네즈> 사랑은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나를 지나쳐갔다
2018-09-12
글 : 이화정

츠지다(우스다 아사미)는 돈을 벌기 위해 호스티스로 취직하고, 2차까지 나가게 된다. 돈의 사용처는 인디 음악을 하는 동거남 세이치(타이가)를 위해서다. 세이치는 음반을 낸 동료들에게 음반사와 ‘타협’했다고 비판할 뿐 정작 자신의 노래는 만들지 못하고 수년째 지내고 있다. 츠지다가 벌어온 돈의 출처가 밝혀지면서 둘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마침 그때 츠지다 앞에 섹스에도, 관계에도 자유분방한 전 남자친구 하기오(오다기리 조)가 나타난다. 세이치와 하기오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세이치는 슴슴한 맛의 ‘호박’ 같고 하기오는 어디에 뿌려도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장식해주는 ‘마요네즈’ 같은 캐릭터다. 이런 극단적인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츠지다의 연애는 더 갑갑해진다.

츠지다의 복잡한 마음을 따라 영화는 그녀가 서로 다른 두 남자를 저울질하는 것 같지만, 정작 끌려다니는 것은 츠지다 자신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귀결점은 여느 로맨틱 드라마처럼 연애의 시작과 완성이 아닌, 어떻게 연애를 끝내느냐는 ‘종착점’에 있다. 세이치를 위해 이름도, 나이도 속이고 호스티스로 일했던 여성, 하기오의 성적인 요구를 항상 들어주었던 여성, 츠지다는 자신이 빠진 이 두개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되고, 어떤 상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츠지다가 나나난 기리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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