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더 프레데터>가 9월 12일 국내 개봉한다. <아이언맨3>(2013)의 셰인 블랙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 작품은 1980년대 오리지널 <프레데터> 영화의 정신을 계승하며 새로운 설정과 볼거리로 21세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기까지 <더 프레데터>의 내용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영화의 밑그림을 짐작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첫 공개가 머지 않은 <더 프레데터>에 관한 이야기와 LA에서 직접 만난 셰인 블랙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어떤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유명해진다. 다른 영화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결함보다 확실한 매력으로 특정 관객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아버린 영화들. 존 맥티어넌 감독이 연출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1987년작 <프레데터> 역시 이러한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영화다. 행성을 옮겨 다니며 생명체를 사냥하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으나 21세기가 된 지금은 ‘20세기 최고의 액션영화’, ‘20세기 최고의 괴수영화’ 목록에 두루 언급되며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프레데터>의 매력은 1980년대 스타일의 막 나가는 장르영화라는 점에 있었다. 정글을 탐험하는 근육질의 특수부대원들과 피와 살점이 튀는 프레데터의 잔혹한 살육, 그리고 아드레날린 충만한 액션. 관객은 고약하고 난폭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 영화의 대담함을 사랑했다.
제작비(1800만달러)의 다섯배 이상(9826만달러)을 벌어들인 영화의 숙명은 속편이다. 오리지널 <프레데터>의 인기에 힘입어 <프레데터2>(1990), <프레데터스>(2010)가 등장했고 이들 속편 사이에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의 크로스오버 시리즈 두편이 관객을 만났다. 각 영화는 나름의 방식으로 <프레데터>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지만, 후속작이 궁금해질 만큼의 기대감은 심어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언맨3>라는 난해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미국 감독, 셰인 블랙의 <프레데터> 시리즈 합류는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그는 <프레데터> 1편에서 영화의 초반부, 프레데터에게 잔인하게 살육당하는 특수부대원 호킨스 역으로 출연했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그만큼 이 세계에 대한 애정이 깊다. 게다가 셰인 블랙은 마블 프로덕션의 경험을 통해 새로움과 친숙함을 동시에 선보여야 하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는 <더 프레데터>에 합류하며 제작진에 다음과 같은 포부를 전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프레데터> 시리즈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1편이 이룩한 신화를 확장하는 영화가 될 거”라고. 셰인 블랙의 말에 따르면 <더 프레데터>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30여년 전 시작된 원대한 항해의 일부다. 목적지는 바뀌지 않았으나 새로운 장비와 선원들을 겸비한, 모험의 연장선상인 것이다.
<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더 프레데터>는 연대기상으로 <프레데터2>와 <프레데터스> 사이에 놓이는 작품이다. 현재 시점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인간들은 프레데터의 존재를 알게 되고 미국 정부는 프레데터 전담 방어 기관을 설립해 그들을 연구한다. ‘사냥’은 지극히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다. 자폐증을 가진 소년 로리(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집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면서다. 프레데터는 지구로 돌아와 또다시 살육을 시작하고, 미국 정부는 어떤 연유로 프레데터의 침략 사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려 한다. 로리의 아버지이자 특수부대 출신의 퀸 매케나(보이드 홀브룩)는 프레데터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전직 군인들을 불러모아 팀을 꾸린다. 여기에 진화생물학자 케이시 브래켓(올리비아 문)이 합류한다.
“이 작품은 <프레데터> 1편에 바치는 러브레터”라는 셰인 블랙의 말대로, <더 프레데터>는 오리지널 <프레데터>에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는 작품이다. 전직 군인들이 팀을 꾸려 프레데터와 맞선다는 설정부터 우주선과 크리처의 생김새까지, 이 작품은 1편의 주요 설정과 디테일에 오마주를 바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탄생시킨 <프레데터> 시리즈의 그 유명한 명대사, “헬리콥터에 타라”(Get to the chopper)도 극중 언급된다고 한다. 하지만 <더 프레데터>는 1편의 데칼코마니가 아니다. 이 작품은 1편처럼 호기롭고 용맹한 군인들이 아닌, 결함 많고 불안정한 인물들을 극의 중심에 놓는다.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야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했다는 공동 각본가 프레드 데커와 셰인 블랙의 아이디어 때문이다. 퀸을 비롯해 <더 프레데터>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으며 상담 치료를 함께 받는 전직 군인들로, 여전히 전장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들이다. 셰인 블랙은 프레데터와 싸우기도 전에 자기 자신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처한 인물들이 ‘팀’이라는 이름 아래 맺게 될 강력한 유대감이 이번 영화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그는 “약간 산만하면서도 진정한 동지애”를 포착하기 위해 <켈리의 영웅들>(1970), <댈러스의 투혼>(1979), <슬랩 샷>(1977), <안드로메다의 위기>(1971) 같은 영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더욱 잔인하고 파괴적인 프레데터의 등장은 이 영화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SNS에 “PG-13등급 영화(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지향하는 영화 등급)는 겁쟁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글을 올린 셰인 블랙은 <더 프레데터>가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받은 만큼 위협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레데터가 사람을 해치우는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들과 싸워야 하는 주인공들이 공포에 질리도록, 프레데터를 최대한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셰인 블랙 감독의 생각에 따라 극중 프레데터는 모든 방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살인기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새로운 프레데터의 특징은 ‘완벽한 유전자’에 있다. 새 시대의 프레데터들은 행성을 유랑하며 생명체를 죽일 뿐 아니라 그들의 우수한 유전자를 취해 더 강력한 프레데터로 거듭나는 듯하다. 생물학자 케이시가 인간과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프레데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더 프레데터>의 예고편이 중요한 힌트다.
호러와 액션 장르를 취하며 다소 어둡고 진중하게 느껴질 이 작품에 기대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셰인 블랙 특유의 유머다. <리쎌 웨폰>(1987), <더 보이 스카우트>(2002) 등의 각본과 <키스 키스 뱅뱅>(2005), <아이언맨3> 등의 작품을 연출한 그는 액션과 폭력, 팀워크의 엇박자로부터 비롯되는 유머를 구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의 유머가 호러와 액션 장르를 관통하는 <더 프레데터>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궁금하다(지난해 연말 <더 프레데터>의 모니터 시사회가 열린 뒤 엠바고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유머에 대한 후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오갔다). 그보다도, <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 <더 프레데터>는 과연 새 시대의 오리지널이 될 수 있을까.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30년 전 그 영화에서처럼, ‘사냥은 곧 시작될 거니까’(Soon the hunt will be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