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석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주 앞서 9월 12일 개봉한 <물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9월 19일 맞붙는 <안시성> <협상> <명당>, 그리고 한주 뒤 9월 26일 개봉하는 <원더풀 고스트>에 이르기까지 올해 추석은 사상 유례없는 한국영화들의 격전장이 될 것 같다. <명당>을 제외한 네 영화의 감독들과 인터뷰를 가졌으니 54쪽부터 시작하는 특집을 참조해주시길. 게다가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 3일 개봉하지만, 서둘러 언론시사회를 가진 <암수살인>에 대한 호평도 들려온다. 10월 11일에는 올해 초 <씨네21>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로 미리 인터뷰했던 여성감독 이지원의 <미쓰백>도 개봉한다. 한주 차이로 화제작들이 개봉하는 가운데,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과 더 오래 만날지 궁금하다. 일단 <물괴> <안시성> <명당> 등 변함없이 사극영화의 경쟁이 눈에 띈다. 올해 개봉해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인과 연>도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염라대왕(이정재)의 전생을 그린 사실상 고려시대 배경의 사극이라고 한다면, 한국 관객의 여전한 사극영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특집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소개다. 오는 10월 6일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로 시작해 13일 폐막작 <엽문외전>까지 10일간 개최되며, 추석 연휴가 끝나는 27일부터 영화제 개·폐막작을 제외한 일반 상영작 예매가 가능하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위기의 연속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를 꾸린 올해 영화제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약속했다. 영화제 정상화의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에 영화인들도 보이콧 철회로 화답했으며, 여러 투자·배급사들 또한 한동안 쉬었던 저마다의 큰 행사를 열기로 했다. <씨네21> 또한 변함없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로 참여한다. 이주현, 김성훈, 송경원, 임수연 기자는 이미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해 부산국제영화제 프리뷰룸에서 살다시피 했다. 앞으로 2주 뒤, 날마다 다채로운 데일리로 만나게 될 것을 약속드리며, 21편의 추천작과 더불어 올해 부산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경향을 소개하고,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 및 한국영화 회고전 소식도 전한다.
이번 추석 합본 특대호에서 필독을 권하는 두개의 기사도 있다. 먼저 <더 로드>(2009),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를 연출한 존 힐코트 감독과 연상호 감독의 대담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2016)을 준비하면서 <더 로드>에 매혹됐고 스스로 ‘한국영화 광팬’이라 밝힌 존 힐코트 감독은 <부산행> 예찬론을 멈추지 않았다. 그처럼 국경을 초월한 두 장르영화 감독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대담을 진행한 이화정 기자에 따르면, 무엇보다 존 힐코트 감독의 아들이 <부산행>의 열렬한 팬이어서 아버지를 따라 ‘한국행’을 택해 대담 자리에 동석할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지난 8월 25일이 탄생 100주년이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에 관한 추모글도 실었다.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그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다. 김나희 클래식음악 평론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을 읽고 있자니, 이번 연휴에 오랜만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얼 하며 보낼까 기다려지는 긴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맞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