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협상>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
2018-09-19
글 : 김소미

서울지방경찰청의 이름난 협상가인 하채윤(손예진)에게 힘겨운 적수가 찾아온다. 채윤은 일전의 인질극에서 직속 상관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눈앞에서 피해자의 죽음을 목격한 상태다. 그가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국제범죄와 연루된 타이의 무기밀매상 민태구(현빈)가 채윤을 협상가로 지목해 12시간의 인질극을 벌인다.

모니터 앞에 마주 앉은 두 주인공이 각자의 좁은 공간에 틀어박혀 온라인으로 맞붙는 설정. 제한된 시공간에서 대화의 밀도와 추리 게임에 긴장감을 바라는 영화가 추석 시즌의 경쟁작으로 올라온 것은 꽤 도전적으로 보인다. 정부, 경찰, 언론간의 유착과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부패의 당사자들은 너무도 익숙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이들을 제압하는 합리적이고도 인간적인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은 반갑다. 그러나 내면의 아픔 탓에 위악의 탈을 쓴 인질범과 걸핏하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협상가의 대치는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무딘 인상을 준다. JK필름 영화의 휴머니즘적인 연출과 정교한 협상 테이블은 서로에게 딱 맞는 옷이 아닐지도 모른다. 달리 보자면 얼마간 예측 가능한 반전이나 촌스러운 만듦새가 주도면밀한 협상가의 영화를 따뜻한 가족영화로 중화하는 셈이기도 하다. 한꺼번에 몰려온 사극의 피로감에 지친 관객에겐 분명 색다른 무대를 열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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