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외계 세력인 키르기스의 점령으로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2050년의 도쿄를 프롤로그로 보여준 뒤, 2018년의 켄(와타나베 슈)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복서 켄은 수시로 격투장을 드나들며 사내들과 힘겨루기를 즐긴다. 어느 날 부실한 사내인 줄 알고 로봇 인간을 공격했다가 간신히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때 도움을 주었던 낯선 자들이 켄을 어딘가로 데려가는데, 그곳에는 사라졌던 형(요시자와 히사시)이 기다리고 있다. 원망할 틈도 없이 형은 켄에게 키르기스에 점령당할 미래를 알려주며,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브레이브 스톰>의 서사는 정리할수록 황당무계 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인간의 외형을 한 로봇을 다루는 방식이다. 목이 부러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 채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형상은 이미지의 조악함 이전에, 인공지능(AI)의 죽음이나 파괴를 묘사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고민도 부재하다는 확신을 준다. 물론 이것을 장르적인 허용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지구를 지켜라’는 모든 판단을 정지시키는 절대명령처럼 작동한다. 2050년이라는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AI와 인간이 외적으로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롯된 혼란이 외계 세력의 침투라는 상황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외계 세력의 자리에 난민과 이민자를 대입해보면 ‘지구 지키기’라는 명제가 단순히 선악으로 가를 수 없는 문제임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