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tvN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MBC <무한도전>에서 떨어져나온 조각 같은 유재석-조세호 콤비에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듯한 제목까지, 너무 뻔한 기획 아닌가, 라는 속단을 반성한 것은 우연히 방송을 보고서였다. 나이 들어 눈이 어두워진 반려견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며 카메라 앞에 앉은 세탁소 주인의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는 태도에 눈길이 머물렀다.
5연속 퀴즈 정답을 맞히면 바로 뽑아주는 상금 100만원은, 인생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로또 3등에 당첨된 정도의 기분은 낼 수 있는 액수다. 아기를 안고 나온 여성이 캐나다에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가고 싶다거나, 40년째 한자리에서 열쇠노점상을 해온 노인이 한번쯤 와이키키 해변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내비치는 순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정들어버린 그들이 꼭 상금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퀴즈와 상관없이 쭈르르 앉았다가 발차기 시범을 보여주는 초등학생들, 40년 된 동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다 토크를 주도하는 할머니까지, 사랑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 역시 즐겁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며, 경계하지 않는 상대이자 누구와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진행자로서 유재석의 강점이 모처럼 빛을 발하는 가운데, 카메라는 번화한 대로와 한적한 골목 사이를 부지런히 따라가며 도시의 풍경을 담아낸다. 그래서 결국 내심 기대하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길을 걷다 “유 퀴즈?”라는 질문을 받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