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는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형사 장섭(이희준)으로부터 과거 자신을 학대했던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마음의 흉터를 품은 채 간신히 삶을 추스른 인물의 일상이 다시 한번 요동칠 때쯤, 그의 앞에 학대의 흔적이 역력한 어린아이 지은(김시아)이 나타난다. 추운 겨울 골목길에서 마주친 둘의 조우는 필연처럼 묘사됐다. 시간 차를 두고 과거와 미래를 공유하는 두 여성의 연대는 서로의 공통된 경험에 기반해 몇 마디 말 없이도 단단한 결속을 이룬다.
<미쓰백>은 이 과정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사회의 편견, 부실한 안전망, 아동학대 가정의 복잡한 실상과 그 안에 자리한 밑바닥 군상을 쓰다듬는다. 게임중독에 빠진 지은의 아빠 일곤(백수장)과 계모 미경(권소현)처럼 뒤틀린 인물들조차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연민하고 이해하거나, 혹은 처절하게 서로를 착취하는 여러 빛깔의 관계들이 진한 감정으로 영화를 물들인다. 한손에 아이를 안고 내달리는 액션 스릴러의 쾌감 대신, 쉽게 돌파하기 힘든 상황을 끝까지 붙드는 클로즈업 화면으로 들끓는다. 무엇보다 <미쓰백>은 배우 한지민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기에 더욱 반가운 영화다. 화려한 외양과 허스키한 목소리, 투박한 제스처를 지닌 미쓰백 캐릭터를 통해 한지민에게서 그동안 본 적 없었던 거칠고 불균질한 에너지들이 튀어 나온다. 우직한 로맨스의 주인공이자, 관객의 정의감을 대변하는 인물 장섭을 연기한 이희준, <마돈나>(2015) 이후 악역으로 변신한 권소현, 학대받는 아이의 상처입은 얼굴을 잘 담아낸 신인 김시아 등 제 몫을 충실히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면면 또한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