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실수로 인해 벤(파블로 폴리)은 허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쪽 엄지발가락 하나뿐. 재활센터에서 기나긴 치료를 받아야 하건만 도무지 이 청년에게 구김살이란 보이지 않는다. 열성을 다해 마비된 신체를 차분히 깨워나갈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바람에 지루할 새가 없다. 제각기 웃기고 까칠하고 절망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재활센터 친구들 또한 벤과 꼭 닮았다. 마비된 몸이 녹록지 않은 생활과 운명에 휩싸이는 와중에도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그들은 전진한다.
그랜드 콥스 마라드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유연하게 조율하며 <스텝 바이 스텝>에 옮겨놓는다. 침대에서 꼼짝 못하는 벤의 시선과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카메라는 타자의 위치에서 벤을 제대로 대면할 수 있을 때 멈춰 서고, 영화는 과도한 절망이나 감동, 이해의 요구 없이 그들의 재활 훈련을 찬찬히 기록하며 보기 드문 균형감각을 유지해나간다. 힘든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더욱이 유머러스하게 접근해가는 저력은 아마도 감독의 체감된 경험이 자연스레 발산되는 데에서 기인할 것이다. 자유시를 리드미컬하게 낭독하는 포에트리 슬램 아티스트로서도 이미 유명한 그랜드 콥스 마라드와 그의 오래된 동료인 메흐디 이디르 감독은 단단한 시선과 감각적인 기교를 어우르며 사려 깊게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