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너는 여기에 없었다>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청부업자 조
2018-10-10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는 납치된 상원의원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를 구해달라는 일을 의뢰받는다. 조는 니나를 구하지만, 거물 정치인과 연루된 조직원들에 의해 니나는 다시 납치되고, 가까스로 집에 돌아간 조는 예상치 못한 잔인한 풍경을 확인하게 된다.

<케빈에 대하여>(2011)를 연출한 린 램지의 작품이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남우주연상 수상작이다. 주인공 조는 유년 시절 학대의 기억, 전쟁에서의 기억 등 끝없이 솟구치는 트라우마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이 점에서 <택시 드라이버>(1976)와 비교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택시 드라이버>보다는 인물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는 영화다. 전형적인 액션 누아르의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액션은 과감히 생략되거나 무미건조하게 다뤄진다. 누아르를 아트하우스영화로 변주하려는 시도이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이 변주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조는 단지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살충동을 느끼는 자신과도 싸우고 있기에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케빈에 대하여>가 은유의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음악과 음향의 이질적인 사용과 같은 훨씬 더 간결하고 세련된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인물의 혼란과 모호성을 해체하지 않으면서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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