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엔 칭따오! 특파원 정상훈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배반의 장미>는 함께 죽기 위해 결성된 클럽 멤버들의 소동을 그린 영화로, 정상훈은 한물 간 시나리오 작가, 심선 역을 맡았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국내 버전, <SNL 코리아> 크루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정상훈. 이 때문에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았지만 그는 1998년 SBS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한 후, 쭉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다. <SNL 코리아> 이전에도 <화산고>, <영어완전정복>, <전설의 고향>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6년 개봉한 <덕혜옹주>에서는 독립운동가 복동 역을 맞아 코미디를 벗어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반의 장미>로 돌아온 정상훈과 함께, <SNL 코리아>의 다른 크루들의 영화 속 모습이 궁금해진다. 본업은 배우인 그들의 스크린 속 활약을 모아봤다.
고경표
이제는 예능인보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확실히 자리 잡은 고경표. 그는 2010년 KBS2 드라마 <정글피쉬 2>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장진 감독이 이끄는 <SNL 코리아> 시즌 1~3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SNL 코리아>에서 그는 군인, 범생이 등 다양한 역할들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3에서는 반듯한 이미지를 살려 장진과 함께 고정 코너인 '위켄드 업데이트'의 앵커를 맡기도 했다.
고경표는 시즌3를 끝으로 <SNL 코리아>에서 하차, 연기에 전념한다. 이후 출연작으로는 드라마 <감자별 2013QR3>, <응답하라 1988>과 영화 <하이힐>, <차이나타운>, <7년의 밤> 등이 있다. 영화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돈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조직폭력배 치도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며,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에서는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가는 서원 역을 연기했다. <7년의 밤>의 후반부, 철창 사이로 아버지(류승룡)를 마주하며 울분을 토하는 서원의 모습에서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고경표를 볼 수 있었다.
김슬기
<SNL 코리아> 낳은 스타, 김슬기. 그녀는 <SNL 코리아>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SNL 코리아> 출연과 함께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 등 장진 감독의 연극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SNL 코리아>에서 귀여운 외모와 상반되는 걸쭉한 입담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에는 여러 드라마, 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영화 대표작으로는 <국제시장>, <국가대표2>, <조작된 도시> 등이 있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에서 그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덕수(황정민)의 동생 끝순 역을 연기했다. 끝순은 풍족하지 않는 가정을 한탄하는 등 오빠와 달리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 중심의 영화 속 코미디를 담당했다. 부산 출신답게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밉지만 정감 가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주로 감초 역할로 활약했던 영화와 달리 <연애의 발견>, <오 나의 귀신님> 등의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 등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훈
<SNL 코리아>의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안철수를 패러디한 '안쳤어'로 많은 웃음을 선사한 이상훈. 그는 <SNL 코리아> 이전, 주로 성우로 활동했다. 1990년대부터 <도라에몽>, <본 아이덴티티>, MBC 라디오 드라마 <격동 50년> 등 50개가 넘는 외화, 드라마 등에서 목소리로 활약했다. 성우 외에도 <황산벌>, <거룩한 계보> 등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SNL 코리아>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그가 코믹한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출연한 작품이 2013년 개봉한 <파파로티>다. 학주 역으로 등장한 그는 조직폭력배 고등학생, 장호(이제훈)에게 겁먹어 말을 더듬는 등 마치 콩트 같은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교
눈알 연기의 달인, 김민교도 배우가 본업이다. 2001년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의 단역으로 처음 관객들을 만나고, 2003년 영화 <동승>으로 주연에 데뷔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주로 단역으로 등장,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SNL 코리아>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하이힐>, <조작된 도시> 등의 영화에서도 조연배우로 활약했다. 그리고 16년 만에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 <머니백>. 하나의 돈 가방을 두고 7명의 인물들이 꼬리 물기 식의 추격전을 벌이는 영화에서 김민교는 사채업자, 양아치 역을 맡았다. 그는 빚을 갚지 않는 민재(김무열)에게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는 등 살벌한 연기를 보여줬다. 사백안의 커다란 눈을 무섭게 활용한 사례. 반면 상사인 백사장(임원희)에게는 살려달라 비는 등 찌질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원해
<SNL 코리아>에서 이명박, 진중권 등 여러 인물로 빙의해 웃음을 준 김원해는 90년대 초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1991년 뮤지컬 <철부지들>들로 데뷔한 후 여러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했다. 그리고 2011년 유명 뮤지컬 <난타>의 캐스팅과 함께 <SNL 코리아>의 크루가 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히말라야>, <로봇, 소리> 등의 작품에서는 보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6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그는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정보원인 작대기 역을 맡았다. 마약중독자인 그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흐리멍덩한 눈과 정신 나간 듯한 웃음 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간 쌓아온 김원해의 연기 경력이 빛을 본 순간. 김성수 감독은 김원해에 대해 "기본기와 개인기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직접 삭발하는 등 실제 마약중독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정연주
<SNL 코리아> 시즌 6~7의 크루 정연주. 그녀는 2011년 윤가은 감독의 단편영화 <손님>으로 데뷔한 후 <마녀의 연애>, <리턴매치> 등 여러 드라마, 단편영화를 거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SNL 코리아>로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그녀는 본격적으로 장편영화로 진출한다.
그중 주연을 맡은 <아기와 나>에서는 갑작스레 아기, 남편을 두고 사라진 여인 순영을 맡았다. <아기와 나>는 남편 도일(이이경)의 심리를 중심적으로 그린 영화다. 그러나 후반부, "무서워서" 단 한마디로 가출 이유를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사랑,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이후 정연주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4차원적인 공무원을, <탐정: 리턴즈>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남편이 실종된 여인을 연기하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