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펭귄 하이웨이>를 연출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실제로 만 30살인 그는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감독 중 하나다. 그는 첫 장편 연출작 <펭귄 하이웨이>에 대해 막힘없이 답하고,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펭귄 하이웨이>의 아오야마(기타 가나)는 순수함과 과학적 사고력을 동시에 갖춘 11살 소년이다. 그가 사는 마을에 난데없이 펭귄들이 출몰하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아오야마는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추적해간다. 이 작품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을 쓴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아오야마와 그가 좋아하는 미스터리한 치과 누나(아오이 유우)의 캐릭터에 매료됐다. 무엇보다 소년의 ‘호기심’에 대한 부분이 정말 좋았다. 어른이 되면 앎의 기쁨을 많이 잊게 되지 않나. 이 소년은 무언가를 지나치게 많이 알면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 원작자에게 영화화 허락을 받기 위해 두번에 걸쳐 기획서를 제출하는 동안, 아오야마의 캐릭터는 원작의 핵심을 시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아오야마의 눈을 동그랗고 크게 그리는 등 지금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디자인했는데, 원작자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다며 거절당했다. 생각해보니 아오야마 캐릭터에서 중요한 건 그가 ‘천재 소년’이라는 점이더라. 다시 제출한 기획서에는 그를 똑 부러진 이미지로 구현했다. 눈도 옆으로 긴 모양으로 그리고 턱 라인과 귀를 그릴 때 직선을 많이 썼다. 그리고 방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가 가방 안에는 무엇을 넣고 다닐지 디테일한 설정에 대한 그림도 함께 제시했다. 누나는 아오야마와 대비되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에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곡선과 원을 많이 썼다.”
한편 <펭귄 하이웨이>에는 누나의 ‘가슴’에 대한 묘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아오야마는 진실을 탐구하는 연구자의 자세로 그의 몸을 본다. “그는 남자의 눈으로 가슴을 야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신기한 것을 보듯 탐구한다. 스토리 면에서도 호기심 많은 아오야마가 생명이나 우주에 대해 탐구하기보다는 가슴을 생각하는 등 약간 비틀어진 부분이 있어야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그림을 그릴 때 표현은 최대한 심플하게 했다.”
<펭귄 하이웨이>의 백미는 영화 후반부 펼쳐지는 초현실적 풍경의 작화다. 과감한 상상력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이 시퀀스들은 이시다 감독이 속한 스튜디오 코로리도가 보여줘왔던 스타일이기도 하다. 2011년에 설립한 스튜디오 코로리도는 크리에이터들의 평균 연령이 30살 정도인 젊은 제작사다. 손으로 그리는 작업을 선호하는 기존 스튜디오와 달리 태블릿과 펜을 사용한 디지털 작화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주로 TV 광고나 유튜브용 스페셜 영상을 만들어온 이들의 첫 장편영화가 바로 <펭귄 하이웨이>. “앞으로도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 해외와의 협업이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과도 기회가 있다면 꼭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