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부자들에겐 그들만의 룰이 존재한다
2018-10-24
글 : 김소미

미친 듯이 부유한 중국계 재벌들의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가장 보고 싶은 것만을 모아 화려한 진열장을 완성시켰다. 천박하거나 얄팍한 것, 북미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재조립된 것들도 숨기지 않았다. 가장 잘 팔리는 틀 안에 주요 배역으로 100% 아시아계 배우들을 채워넣고 할리우드를 정밀 겨낭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그러나 정교한 스펙터클을 기대한 이에겐 시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은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이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의 1순위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혼란스럽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주인공이 계급 차로 인한 멸시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해 나가는 신데렐라 서사를 정직하게 따른다. 레이첼처럼 반쯤은 불편하고 또 반쯤은 짜릿한 상태로 거침없는 부유함의 향연을 맛보는 것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만족스러운 본론이다. 하지만 오로지 부유함을 상징하는 볼거리가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만 하긴 아쉽다. 쉼 없는 몽타주가 시시해질 때쯤, 영화는 의외로 조용하고 진솔한 감성을 성취해낸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직설 화법 속에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순수한 감수성은 불쑥 나타나 마음을 흔든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비교하면 더없이 온화한 시어머니이자 재벌가의 투철한 안주인을 연기한 양자경, 재기 넘치는 아콰피나 등 배우들을 지켜보는 기쁨도 내내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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