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필름스타 인 리버풀> 사랑하라, 영화처럼
2018-10-24
글 : 임수연

“흑백영화 시절에는 유명했지. 요샌 한물갔지만.” 한때 오스카 여우조연상까지 타며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글로리아 그레이엄(아네트 베닝)이 영국 순회공연 중 갑자기 쓰러진다. 그는 그저 소화불량일 뿐이니 금방 회복할 수 있다며 28살 연하인 연인 피터 터너(제이미 벨)와 그의 가족과 함께 리버풀에서 머물고 싶다고 전한다. 피터의 가족은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에게도 병을 알리지 않으려는 글로리아는 그의 집에서 죽음을 준비한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배우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피터 터너와 만난 1979년부터 암으로 삶을 마감한 1981년까지를 다룬다. 화려한 벽지로 꾸며진 복도에서 문을 여닫으며 시간을 오가는 플롯은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과 죽음의 임박을 자연스레 공존시킨다. 또한 글로리아의 속내를 미리 노출하지 않는 구성은 시한부 설정이 과한 신파로 빠지는 함정을 피한다.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로맨스를 믿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들의 호연. 특히 아네트 베닝은 스크린 속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모사하기보다는 죽음을 기다리는 한 인간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잡아냈다. 여전히 남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지만 ‘젊은 남자를 만나는 늙은 여자’로 비치는 데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투병 생활 중에도 외적으로 아름다워 보이고픈 심리가 설득력 있게 표현된다. 배우 겸 작가 피터 터너의 회고록에 기반을 둔 작품.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