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르네 랄루 / 목소리 출연 장 발몽, 미셸 일라이어스 / 제작연도 1982년
시간을 지배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능력과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는가. 르네 랄루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타임 마스터>는 내가 지금까지 본 시간에 관한 영화 중 단연 돋보인다. 프랑스어 원제는 <Les Ma tres du Temps>(시간의 지배자)다.
어떤 과학자 부부가 3살 정도 된 아들 삐엘과 함께 우주를 여행하던 중 뻬르디르 행성에 불시착한다. 이 행성에서 부부는 엄청나게 큰 살인 말벌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는데 부부는 죽기 전에 자신의 친구인 우주선 선장 자파에게 삐엘을 구해달라고 무전을 보내고, 삐엘에게는 무선마이크를 통신수단으로 쥐어준다.
자파는 친구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데, 우주선에는 자파의 여자친구와 자기 행성에서 보물을 훔친 뒤 달아나는 탐욕스런 왕자, 그리고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귀여운 꼬마 외계인 둘이 타고 있다. 문제는 뻬르디르 행성이 너무 위험한 행성이라 자파 일행이 행성에 도착할 때까지 삐엘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자파는 어릴 적 뻬르디르 행성에 가본 적이 있는 노인 우주항해사 실바르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나도 어릴 적에 그 행성에서 살인 말벌의 공격으로 죽을 뻔했지’라며 그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철판수술 자국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정에 동참한다.
실바르는 마이크가 말하는 장난감인 줄 알고 있는 삐엘과 통화하며 여러 얘기를 해준다. “그 노란색 열매, 그거는 먹어도 된단다. 빨간색 줄무늬는 먹으면 안 돼”, “머리가 까만 그 동물은 착한 애야. 친하게 지내렴” 등등. 그리고 삐엘이 심심해하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주며 삐엘을 즐겁게 해준다. 이들은 여정 중에 얼굴 없는 괴물들이 지배하고 있는 행성에 불시착해 그들처럼 얼굴을 없애는 의식의 제물이 될 뻔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괴물들은 얼굴만 없을 뿐 모든 것은 인간의 외양을 하고 있다. 감독은 이 얼굴 없는 괴물을 통해 개성이 없어지고 있는 현대사회, 그리고 전체주의 사조를 비판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뻬르디르 행성에 도착했을 때, 삐엘은 살인 말벌로부터 머리 공격을 받아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고 실바르 역시 몸 상태가 나빠져 운명 직전에 처한다. 그리고 자파 일행이 살인 말벌로부터 삐엘을 구해 머리 수술을 하여 살아날 때 실바르는 삶을 마감한다. 즉 삐엘은 어릴적의 실바르인 것이다.
평이한 영화 같았던 느낌은 이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커다란 충격과 경외의 대상이 됐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영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다. 개인으로 우리는 모두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전자는 130억년 전 빅뱅 때부터 있었던 것이고, 우리의 뼈에 들어 있는 칼슘, 그리고 핏속을 돌아다니는 철분은 수십억년 전 어느 이름 모를 별이 폭발하면서 지구에 도착해 우리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우주를 지배하는 근원적인 힘, 즉 물질과 에너지는 영원한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삶의 종말이라는 운명 앞에 항상 상념에 잠긴다. 한번뿐인 인생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학생운동을 열심히 한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 진보정당의 당직자가 되었다. 민주노동당 대변인, 서울시장 후보를 거쳐, 지금은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 타계한 고 노회찬 원내대표를 잘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남은 인생의 빚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