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과 교수 재윤(박호산)은 아내 미현(최유하)이 같은 학교에서 버젓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과 조교 지수(조은빛)에게 열심히 작업을 건다. 스스로는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멋진 중년이라 믿지만, 실상 재윤은 지위를 이용해 젊은 여자와 스킨십을 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로맨스인양 포장하는 지질한 중년이다. 마음이 밖으로 도는 건 재윤만이 아니다. 임신한 미현의 외출이 부쩍 잦아지던 어느 날, 재윤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그 외도의 상대가 재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영화 초반, 재윤은 수업 중 학생들에게 2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남편의 동성애를 목격하는 여자의 이야기인 <파 프롬 헤븐>(2002)과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냐는 아내를 둔 남자의 이야기인 <아내가 결혼했다>다. <이,기적인 남자>는 위기의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파 프롬 헤븐>과 <아내가 결혼했다>의 설정을 섞는다. 2편의 영화가 그렇듯, <이,기적인 남자>도 납득과 공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건 재윤을 캐릭터화하는 방식이다. 영화는 연애라는 이름으로 명백하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젠더 감수성 제로인 중년 남성을 희화화함으로써 그에 대한 연민을 차단한다. 대신 용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말로 새로운 관계를 제시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를 통해 주목받은 배우 박호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