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바울> 초기 교회의 역사를 서술한 <사도행전>의 집필기
2018-10-31
글 : 김소미

초기 교회의 역사를 서술한 <사도행전>의 집필기를 담았다. <신약성서> 중 로마서의 주역인 바울의 생을 돌아보는 동시에, 이를 꼼꼼히 기록한 누가의 활약에 중점을 둔다. 서기 67년의 로마 제국, 네로 황제는 대화재의 원인으로 조금씩 세를 넓혀가던 기독교인들을 꼽는다. 예수 부활 이후 로마에서 설교 활동을 널리 펼쳤던 바울은 이 과정에서 주범자로 몰려 감옥에 갇힌다. 의사이자 신실한 교도였던 누가는 거리에서 붙잡혀 산 채로 화형당하는 교도들을 지켜보면서 감옥에 몰래 잠입해 바울의 이야기를 옮겨 적기로 결심한다.

<바울>의 서사는 마메르티노 감옥과 교도들이 은신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집을 오가며 전개된다. 점차 드러나는 바울의 회고에 의하면, 그 역시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길러진 믿음과 아가페적 사랑으로 구원받은 존재다. 저예산의 투박한 미장센, 디테일이 부재하는 자리를 손쉽게 메우는 성경 구절 인용 등 만듦새의 아쉬움을 숨기긴 어렵다. 그러나 전쟁과 노예제가 지배하던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인에게 가해진 무참한 박해만큼은 힘 있는 알레고리로 남는다. 손쉽게 자라나는 사회의 배타성, 소수집단을 혐오하거나 적대시하는 악습은 오늘날에도 형태를 달리한 채 반복되고 있음을 질문한다. 관련 내용에 익숙한 크리스천과 더불어 비종교인에게도 보편적인 의미로 다가갈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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