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밤치기> 한자리에서 뭉근히 이어지는 음주 실내극
2018-10-31
글 : 김소미

<밤치기>는 더이상 대화의 도리가 없으면 새로운 장소로 옮겨 만남을 지속하는 한국적인 음주 문화가 적나라한 매력을 발하는 영화다. 영화감독 가영(정가영)은 시나리오 취재를 이유로 아는 오빠 진혁(박종환)을 불러낸다. 은근슬쩍 진혁의 목소리를 칭찬하며 호감을 드러낸 가영은 그의 사생활은 물론 성생활까지 서슴없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체면치레를 할 든든한 핑계도 있는 데다가 적당한 취기까지 있으니 오랜만에 호사를 누릴 법도 하다. 하지만 솔로인 줄 알았던 진혁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 그의 선배 영찬(형슬우)이 나타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가영을 혼란스럽게 한다.

한자리에서 뭉근히 이어지는 음주 실내극 <밤치기>는 그 기획보다 세부가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실내 포차와 룸 카페, 노래방 등의 닫힌 공간에서 나른하게 체류 중인 20, 30대의 대화는 재능 있는 배우들에 힘입어 소탈한 제스처와 생활적인 언어들로 활력이 넘친다. 실은 여기가 어딘지, 무얼하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실없는 주고받기식 대화 속에 진솔한 감수성이 포개지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먹고 마시는 시원찮은 행위는 로맨스를 음미할 여백으로 남는다. 84분의 러닝타임은 이들의 나른한 욕망을 감각하기에 꽤 적절한 시간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과 올해의 배우상(박종환)을 수상한, 정가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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