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창궐> 박인영 음악감독 - 낯설게 사로잡다
2018-11-05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좀비떼를 연상시키는 야귀들과의 혈전으로 초토화된 구중궁궐.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이질적 요소를 접목시켜야 하는 절대과제. <창궐>의 설정은 낯섦에서 출발해 관객을 급기야 그 아비규환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박인영 음악감독이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만든 <창궐>의 묵직한 선율은, 그 세계를 보다 리얼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의 효과적인 길잡이가 되어준다. “긴장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클래식한 무게를 더해줬다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해 현대적인 세련미도 놓치지 않았다.” 현악기를 활용한 알레아토릭 기법과 사극의 분위기를 더하는 국악기의 접목까지, <창궐>은 작업자에게 ‘마음껏 해보고 싶은’ 욕심과 도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는 LA에서 활동 중인 감독은 작업하는 동안 LA, 런던, 한국을 바삐 오가며 연주하고, 점검하고, 녹음하는 일정을 반복했다. “녹음에 주어진 시간이 11일이었다. 매끼 김밥과 잠깐의 광합성으로 버텼는데, 내가 꼭 야귀 같더라. (웃음) 그래도 해내야겠다는 욕심에 초능력이 생기더라.”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칭하는 박인영 음악감독은 6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다. 제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가요계와 팝 분야에서 편곡으로 이름을 알린 실력자다. 영화음악은 <풍산개>를 시작으로 <피에타>로 제1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기술부문을 수상했고 이후 <관능의 법칙> <표적> <특별시민> <당신의 부탁> 등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왔다. “미국에서의 활동과 영화음악 작업, 서로 다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에 좋은 영향을 준다. 둘 사이의 ‘줄타기’를 잘해내고 싶다.” 손에 꼽히는 영화음악 감독이 한정적이고, 특히 규모가 있는 작품은 여성이 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 포부를 키워나가고 있다. “늘 내 음악에서 ‘여성’을 없애고 싶었다. 내 음악을 먼저 듣고, 후에 ‘여자였어!’ 하는 말을 들을 때 통쾌함이 있더라. (웃음)” 아직은 영화음악감독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지 못했음에도, <창궐>에 참여할 기회를 준 김성훈 감독에게 더없이 감사하다고. 곧 할리우드에서의 영화음악 작업도 꿈꾼다는 그는, “믿어만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지휘봉

박인영 음악감독의 책상 위에는 항상 지휘봉이 올려져 있다. 지휘봉을 보고만 있어도 자신의 지휘 아래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상상이 되어 고된 작업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었던 소녀가 지금은 좀더 새로운 음악을 만들 영화음악가로 제2의 꿈을 키우고 있다.

2018 <창궐> 2018 <당신의 부탁> 2017 <특별시민> 2016 <형> 2014 <산다> 2014 <표적> 2013 <관능의 법칙> 2013 <뫼비우스> 2012 <신의 선물> 2012 <피에타> 2011 <풍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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