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것 같아. 갑자기 오자고 한 사람도 그렇고, 따라온 나도 그렇고.” 송현(문소리)은 윤영(박해일)을 따라 군산에 간다. 그녀는 윤영의 선배의 아내다. 송현을 좋아했던 윤영은 송현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둘은 군산에서 며칠 머물기로 하고 민박집을 찾는다. 사람을 가려서 받기로 알려진 민박집은 중년 남자(정진영)가 자폐 증세가 있는 딸(박소담)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에 묵게 된 윤영과 송현은 민박집의 부녀와 엇갈린 사랑을 한다.
‘거위를 노래하다’(당나라의 시인 낙빈왕이 쓴 시 <영아>(咏鹅)로 거위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다.-편집자)라는 부제가 뜨기 전까지 영화는 약 1시간17분 동안 윤영과 송현의 군산 기행기를 그린다. 간간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윤영과 송현이 어떤 관계인지 짐작만 될 뿐, 서로에 대한 감정까지 알기 어렵다. 이리(<이리>), 경주(<경주>), 수색(<춘몽>) 등 장률 감독의 영화 속 공간들은 삶의 작은 희망이 되는 것처럼 이 영화 속 공간인 군산 또한 윤영과 송현, 민박집 부녀에게 변화의 계기가 된다. 특히 윤영과 송현의 눈에 비친 군산은 적산가옥을 포함한 식민시대 일본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도시다. 윤영과 송현은 낯선 도시를 둘러보면서 일제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는 시인 윤동주에 대한 의견으로 이어진다.
부제가 뜬 뒤에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군산에 내려가기 전까지 과거를 다룬다. 부제를 기준으로 현재와 과거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과거를 따라가보면 이야기의 전반부인 현재는 형상에 불과한 셈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인 것처럼 판단하듯. 그러면서 영화는 ‘태극기 집회’ 세대, 이주민 정책 등 현재의 다양한 사회문제도 함께 끄집어낸다. 주연배우 문소리와 박해일뿐만 아니라 동방우, 정은채, 한예리, 백현진, 윤제문, 이미숙 등 많은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