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언더 더 트리> 나무 한 그루가 부른 끔찍한 싸움
2018-11-07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언더 더 트리>가 정의하는 이웃이란 나의 공간과 인접한 곳에 존재하며 나의 신경을 긁는 자들이다. 이웃간의 분쟁으로 인한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 이러한 정의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언더 더 트리>가 더 나아간 부분이 있다면, 숨기고 싶은 나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과정과 이웃간의 분쟁이 연결되는 부분을 절묘하게 포착한 데 있다. 아틀리(스테인트호르 흐로아르 스테인트호르손)는 과거 연인과의 섹스 동영상을 보며 자위하다가 아내에게 들켜 집에서 쫓겨난다. 열쇠를 바꿔버려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아틀리는 문을 마구 두드리다가 앞집 부부의 경계하는 눈초리를 마주한다. 아틀리의 부모인 발트빈(시구르더 시거르존슨)과 잉가(에다 뵤르기빈스노티르) 부부는 이웃 사람과 나무 한 그루 때문에 분쟁 중이다. 잉가는 콘라드(토르스테인 바흐만)가 갑자기 나무가 채광을 가린다고 불평하는 이유가 재혼한 젊은 아내의 요구 때문이라 생각하니 왠지 괘씸한 마음이 든다. 두 부부가 한바탕 대거리를 치른 다음날, 발트빈의 차 타이어에 금이 가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웃간의 갈등은 날로 커진다. <언더 더 트리>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파국을 차근차근 치밀하게 쌓아간다. 이로 인해 비현실적인 과도함마저 지독한 현실의 반영이 된다. 아이슬란드의 하프스테이든 귄나르 시귀라손 감독의 영화로 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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