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과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가 연이어 히트하던 시절,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농담이 있다. “살아 있나?” “노래는 부르네.” 여태 그러고 있으면 융통성 없단 소리를 들을 테지. SBS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의 제목도 그저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는다는 의미려니 했다. 정말로 첫회부터 의사가 심장을 훔쳐 달아날 줄이야.
대선후보에게 이식할 심장을 운반하던 태산대학병원 흉부외과 펠로 박태수(고수)는 수술방에서 그를 기다리는 집도의 최석한 교수(엄기준)를 등진다. 아끼고 따르던 선후배이자 파트너였던 이들의 분열을 되짚어가는 <흉부외과>는 의문과 반전을 수술방 안팎으로 짜넣는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로 만들어내는 긴장은 윤리적인 거부감이 발생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그 때문인지 드라마는 갈등이 빚어지는 응급과 이식수술 대부분을 의사들의 어머니, 형, 딸, 의사 본인으로 좁혔다. 24회 시점까지 중요 수술 9건 중 5건이 흉부외과의를 보호자로 둔 환자다. 여타 의학 드라마에 비해 높은 비율이지만, 흉부외과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일단 위중한 환자가 생기면 응급을 받아주는 의사가 있는 곳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 과하다 싶은 우연을 의료 현실이 뒷받침하는 셈이다.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의사가 있어야 병원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흉부외과>에서는 아들이, 아버지가 의사여도 가족을 살리지 못한 케이스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