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물론 행복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평온한 시간이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당신이 편안하다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애쓰고 있다는 말이다.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는 반복되는 일상과 전쟁 같은 육아에 지쳐가는 중이다. 아직 신발을 챙겨줘야 하는 첫째딸,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 둘째아들, 계획 없이 이제 막 태어난 셋째딸까지 모두 ‘나 홀로 육아’ 중이다. 밤늦게 들어와 게임만 하다 잠드는 남편의 모습에 지쳐갈 때쯤 오빠가 야간 보모 서비스를 권한다. 처음에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던 마를로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보모 툴리(매켄지 데이비스)를 부른다.
“아이만이 아니에요. 당신도 돌보러 왔어요.” 툴리의 이 한마디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육아의 모든 걸 떠맡아야 하는 현실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그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다. <툴리>는 그 지난한 과정을 굳이 하나씩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문제의 한가운데에 동참시킨다. 이윽고 감춰졌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마를로의 속 깊은 상처로 시선을 확장시켜나간다. 반전에 매달리는 대신 우울증에 대한 섬세한 고찰을 시도하는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조심스러운 연출이 돋보인다. 여성 작가 디아블로 코디의 사실적인 묘사, 샤를리즈 테론의 절절한 연기가 울림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