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송새벽에게 있어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해다.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후 쉴 새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7년의 밤>(2018)으로 돌아온 이후 활동 반경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아저씨>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고, 지난 11월 15일 개봉한 <해피 투게더>는 그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휴먼 드라마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인데, 석진 부자의 끈끈한 모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예전부터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오더라.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하고 싶었던 장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송새벽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오히려 <해피 투게더> 같은 작품일지 모르겠다. 그는 먼저 영화를 본 기자에게 “내 단짝 동생으로 나오는 배우 맹상열의 연기는 어땠느냐”라며 자신보다 주변 사람을 먼저 챙겼다. 배우 송새벽보다 인간 송새벽의 삶에 한동안 집중했다는 그는 사람 냄새 나는 따듯한 배우였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에서 이효리 부부의 동네 주민으로 잠시 등장했는데, 실거주지가 제주도인가. 주변에서 부러워하겠다.
=(이)효리는 옆 동네 사는 친구다. 평소에는 제주도에 있다가 작품할 때만 올라온다. 알고 보면 제주도 생활도 힘들다. (웃음)
-당시 방송을 보면서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도리화가>(2015) 이후 공백이 있다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7년의 밤> 개봉을 시작으로 활발한 연기 활동을 보여줬다. 2년 좀 넘는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나. 연기에 대한 고민도 분명히 있었을 테고.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름 알차게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생각도 많이 하면서 잘 보냈다. 큰딸이 지금 5살인데, 육아에 전념했다. 때마침 적절하게 잘 쉰 거 같다. 애가 더 크면 이렇게 쉬면 안 되겠지만. (웃음)
-결혼하고 아기를 키워보니 어떻던가.
=<해피 투게더>를 촬영하면서 총각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더라. 영화에서 하늘이 내 자식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거의 친자식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애잔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나. 그런 감정이 절로 대입이 됐다. 그래서 촬영하다가 눈물도 많이 흘렸다. 가령 어린 하늘에게 아빠의 편지를 보여주면서 “아빠가 지금은 바빠서, 하늘이가 훌륭한 연주자가 되면 금방 돌아오신다고 했으니까 일단 아저씨랑 같이 나가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촬영 전부터 눈물이 났다. 감독님이랑 상의하면서 실제 촬영 들어가면 울지 말자고 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클럽에서 직접 공연하는 장면 등 색소포니스트로서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위해 연습을 꽤 했겠다.
=<도리화가> 때도 악기를 다뤘다. 당시 이종필 감독님이 찾아왔을 때 이건 최소 1~2년은 트레이닝해야 하는 작품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국립국악원에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 듣고 보니 또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소리북 연습에 들어간 후 선생님에게 이 정도 기간에 악기를 배우면 실제 촬영 들어가면 제대로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그냥 죽어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리화가> 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악기 다루는 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색소폰을 불어야 하는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어쩔 수 없이 또…. (웃음) 이번에도 똑같이 악기 선생님에게 여쭤봤더니, 연습하면 할 수 있다더라. 석달 좀 안 되는 기간 내내 틈나는 대로 죽어라 색소폰을 불었다. 얼추 느낌은 낼 수 있었다.
-앞으로 또 악기를 다루는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있나.
=이제 다시는 안 한다. 시나리오가 엄청 좋다면 대역을 써야지. (웃음)
-<스타 이즈 본>(2018)의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멋지던데, 이런 역할이 들어와도 고민할 건가.
=준비 기간이 좀 길었으면 좋겠다. 연습 기간이 짧지만 않으면 괜찮을 텐데.
-석진과 함께 배 타는 모습을 보고 문득 주연을 맡았던 연극 <해무>가 생각났다. 그 무대를 본 봉준호 감독에게 발탁되어 <마더>(2009)에 출연했다는 일화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촬영할 때 현장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고 그러지 않나. (박)성웅 형이랑 선원 옷을 입고 배에 손대고 그물 잡고 있는 사진을 찍어 당시 <해무>를 함께했던 대표님과 선배 배우에게 재밌으라고 보내줬다. 그랬더니 깔깔 웃으면서 “<해무2> 찍냐?”라고 하시더라. 그 장면 촬영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연극 <해무>를 하던 송새벽이 스크린으로 넘어온 시기가 있었다면, 올해는 <나의 아저씨>로 첫 드라마에 도전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활동 영역을 성공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2018년은 배우 송새벽의 새로운 챕터로 기억될 듯하다.
=처음에는 드라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주변 선배들에게 드라마 현장은 하루 전날이나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두달 연습하고 두달 공연하는 연극을 하다가, 두번 리딩하고 바로 촬영 들어가는 영화 현장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사람이다. 그러다 <나의 아저씨>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고, 반사전 제작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된 거다.
-<나의 아저씨>를 만든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하는 OCN 장르 드라마 <빙의>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이미 대본이 10부까지 나온 상태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노력해보면 되지 않을까. 완결 대본도 먼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빙의>는 영혼과 사람의 만남을 그리는 작품이다. 보통 사람들은 귀신이라는 존재를 극도로 무서워한다.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도 오싹한 납량특집 같은 게 주였다. 하지만 귀신도 사람이었고, 한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귀신이라는 존재를 무서워했다. 또한 우리도 언젠가는 귀신이 될 텐데, 그렇다면 굳이 귀신이라는 존재를 그렇게까지 혐오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
-2010년 <방자전>으로 <씨네21>이 뽑은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을 때 스스로에게 55점을 준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당시 송새벽이란 배우의 기세가 엄청났는데도 정작 본인은 스스로에게 엄격했구나 싶어서.
=35점 아니었을까? 내가 55점씩이나 줬을 리가 없다. 그때 내가 32살이었으니, 한 32점 줬을 것 같은데. 내가 50살이 되고 60살이 되고 그 이상이 될 때까지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면, 혹시 70살이 됐을 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때 70점을 줄 거다. 사실 본인이 본인에게 어떻게 점수를 매기겠나. 남들이 매겨주는 거지, 내까짓 게 어떻게. 연기자 생활 20년째인데도 아직 날 평가하는 척도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올해 점수를 매겨본다면?) 올해 40살이니까, 39점 정도 주겠다.
-만점이 50점인 게 아니라면 너무 박하다. <해피 투게더> 홍보를 위해서라도 좀더 높게 매겨달라.
=음…. 39.5점?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