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국가부도의 날>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1997년 겨울
2018-11-28
글 : 장영엽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함으로써 경제 주권을 잃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를 야기한 IMF 금융위기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국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1997년 겨울의 급박한 상황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다른 이들보다 한발 앞서 금융위기를 직감한 한국은행의 한시현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에 합류한다. 대응 방식을 두고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번번이 충돌하던 시현은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금융맨으로 일하며 한국 경제의 거품을 깨달은 또 다른 인물 윤정학(유아인)은 위기를 기회 삼아 국가 부도의 위기에 투자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국가 부도를 일주일 앞두고 위기를 막기 위한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대형 백화점과 어음 거래 계약을 맺은 소시민 갑수(허준호)의 사연이 펼쳐진다.

<국가부도의 날>은 액션 장면이나 자극적인 볼거리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금융위기 당시의 사건과 인물의 드라마에 집중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결정권자들의 한마디가 금융권과 기업을 거쳐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어떤 파급력으로 다가오는지, 시스템의 의사 결정 과정이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를 긴박한 리듬의 편집으로 보여주고 있다. 침몰 직전의 나라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고 버텼던 국민들의 20년 뒤 모습을 보여주는 에필로그가 가슴 아프다. 붕괴된 시스템의 한복판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사회의 주류에서 비껴난 여성 경제 전문가라는 점이 이 영화의 드라마를 한층 더 흥미롭게 한다. 김혜수, 유아인, 조우진, 허준호 등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