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스펙트> 삶이 랩이 된 12명의 래퍼들
2018-11-28
글 : 이주현

타이거 JK는 말한다. 힙합이 뭔지도 모르는 연예 기획사 사장 앞에서 열심히 힙합을 시연하고 알리고 다닌 적이 있다고.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7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동안, 힙합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도 힙합이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리스펙트>는 최근 한국 힙합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을 현재 힙합 신을 대표하는 래퍼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과 래퍼 허클베리 피가 인터뷰 진행자로 나서, 더콰이엇, 도끼, 딥플로우, MC 메타, 산이, 빈지노, 스윙스, 제리케이, JJK, 타이거 JK, 팔로알토를 만난다. 힙합의 리스펙트란 무엇인지, <쇼미더머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무엇이 리얼이고 페이크인지, 힙합의 순수성과 상업성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등 질문은 꽤 다양하다. 한때는 ‘리스펙트’를 갈구했던 스윙스, 돈 대신 리스펙트를 택했던 MC 메타, <쇼미더머니>를 역으로 이용해보려 했던 도끼 등 래퍼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답변들이 재밌다. 한국의 힙합 신이 변한 것만큼이나 래퍼들의 생각이 과거보다 유연해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눈에 띈다. 가령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을 하는 것이 힙합의 순수성을 고수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이야기들. 인터뷰 사이사이 래퍼들의 무반주 랩도 들을 수 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콰이엇이 부르는 <벤틀리>, 양화대교 위에서 딥플로우가 부르는 <양화> 등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랩 퍼포먼스일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