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공효진)은 은행에 다니며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그는 현관문의 도어록 덮개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밀번호를 바꾼다. 그날 밤 누군가가 경민의 집에 침입하려 한다. 경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사건이 터졌을 때만 도와줄 수 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얼마 뒤, 경민의 집에서 낯선 사람의 흔적이 발견되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 경민은 직장 동료 효주(김예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사건의 실체를 좇는다.
스페인영화 <슬립 타이트>가 원작이다. 그러나 한 여자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원작과 달리, <도어락>은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의 심리와 그를 보호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취약한 안전망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성인 경민에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공기처럼 익숙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소리 지르는 취객, 어두운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피해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경찰의 질문, 걱정은커녕 뒷말만 무성하게 나도는 직장 분위기, 체포되었다가도 금세 풀려나는 가해자….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의 여성 피해자들이 느낄 법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도어락>은 지극히 현실적인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가 한국 사회의 구조적 결함 속에서 다양한 의미로 피해자가 되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조명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투를 벌이는 후반부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긴장감을 담고 있다. 다만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시하는 연출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내 연애의 기억>(2013),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을 연출한 이권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의 무게중심을 온전히 짊어진 주연배우 공효진과 김예원의 연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