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안개 속 소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녀
2018-12-05
글 : 이주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밤 소녀 안나가 실종된다. 과거 무고한 사람을 폭탄테러범으로 몰았던 전례가 있는 전국구 형사 보겔(토니 세르빌로)은 폐쇄적인 산골 마을에 도착해 안나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고, 언론을 이용해 대중이 소녀의 실종에 관심을 가지도록 사건의 판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6개월 전 가족과 함께 마을에 이사 온 마티니 교수(아레시오 보니)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물증이 나오지 않자 보겔은 증거 조작으로 마티니를 체포하고, 사건이 종결되나 싶은 순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빨강 머리 10대 소녀 실종사건이 여럿 있었고, 그것이 ‘안개 남자’의 소행일 거라고 주장하는 기자가 나타난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

“위대한 작가의 첫 번째 원칙은 카피다.” “희생양을 찾아야 한다. 가급적이면 결백한 사람으로. 모두가 그를 의심해야 한다.” 마티니 교수가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하는 이 말에 안나를 납치한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들어 있다. 또한 영화는 보겔 형사가 정신과 의사 플로레스(장 르노)를 만나 사건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영화 속 청자의 역할에 장 르노라는 유명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눈치챈다면 사건의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는 플롯과 반전이 드러나는 마지막 10여분간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도나토 카리시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직접 연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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