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마> 자신을 키운 어떤 여성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러브레터
2018-12-12
글 : 임수연

클레오(얄리트사 아파리시오)는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가족을 아침에 깨우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확인하기까지 일상 전반을 책임지는 하녀다. 엉망인 운전 실력을 가진 소피아, 외도를 하는 듯한 그의 남편, 그리고 네 아이를 보살피랴 집안일하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동료 하녀 아델라와 수다를 떨고 남자친구 페르민과 데이트를 하는 등 소소한 즐거움은 챙기고 있다. 그의 일상이 심각한 위기를 맞는 것은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고부터다. 무책임한 애인에게 외면당하고 대규모 시위가 있던 날 끔찍한 일까지 겪게 된 클레오. 이제 막 남편과 갈라선 소피아는 비통을 내색하지 않는 그에게 다 같이 여행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감독이 어린 시절 살았던 멕시코의 도시 로마를 배경으로, 1970년대 초 멕시코의 풍경을 재현한 자전적 드라마다. 밀도 높게 채워진 이미지, 구체적인 생활 소음을 입체적으로 쌓아가는 사운드로 구현된 사적 서사가 우익무장단체에서 시위 학생들을 진압하다 벌어진 ‘성체축일 대학살’ 사건과 만나면서 양쪽 비극의 무게가 함께 배가되는 순간이 인상적이다. <로마>는 감독 자신을 키운 어떤 여성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러브레터인 동시에, 가장 극적인 순간 싹을 틔우는 시스터후드에 관한 영화다. 사적인 이야기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갖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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