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갈매기> 집요하게 엇갈리는 사랑과 좌절된 꿈
2018-12-12
글 : 김소미

집요하게 엇갈리는 사랑과 좌절된 꿈, 유한한 삶의 허무를 응축한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러시아의 전설적인 배우 이리나(아네트 베닝)가 자신의 오빠 소린(브라이언 데니히)과 아들 콘스탄틴(빌리 하울)이 머무르는 시골 별장에 돌아온다. 무관심과 혹평에 방황하는 신예 작가 콘스탄틴은 모스크바 입성을 꿈꾸는 배우 지망생 니나(시얼샤 로넌)에 푹 빠져 지내는 한편, 이리나의 연인이자 인기 작가인 보리스(코리 스톨)에게 극렬한 질투를 숨기기 힘들다. 이런 긴장 관계는 니나와 이리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아직 누려본 적 없는 화려한 명성을, 누군가는 지나간 젊음을 좇으면서 여름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전 중 한편을 새롭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영화는 희곡 4막의 초입을 오프닝 시퀀스로 끌어와 수미상관 구조를 보여준다. 이후 1막에 해당하는 내용부터 차례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일종의 플래시백을 의도한 구조가 대단히 유효한 긴장감이나 미스터리를 형성한다고 보긴 어렵다. <갈매기>가 원작의 그늘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은 대체로 배우들이 타고난 매력과 솜씨를 보여줄 때다. 새처럼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과 꼭 닮은 시얼샤 로넌은 상승과 추락을 오가는 인물의 변화를 날카롭게 해석해낸다. 현대음악가 니코 뮬리의 사운드트랙, 다양한 빛과 채도를 풍성하게 드리우는 촬영 또한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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