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기도하는 남자> GV -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2018-12-20
글 : 전효진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경기영상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상영회 이벤트 ‘우리 영화, 오늘 만나’
이화정 기자, 강동헌 감독, 배우 류현경, 김준원(왼쪽부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기도하는 남자>(2018)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아내 정인(류현경)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신은 더 큰 시련을 주신다’는 종교적인 화두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태욱의 가족.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인 가치로 통용되는 돈의 문제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이 현실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상황 속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기도하는 남자>를 개봉 전 미리 만나는 행사가 열렸다. 12월 12일 경기도 부천 CGV소풍에서 열린 경기영상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상영회 이벤트 ‘우리 영화, 오늘 만나’를 통해 2018년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작인 <기도하는 남자>가 선정됐다. 상영 후 이화정 <씨네21>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는 강동헌 감독과 태욱의 아내이자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 역을 연기한 배우 류현경, 대형 교회를 운영하며 태욱에게 모멸감을 주는 목사 동현을 연기한 배우 김준원이 참석해 작품의 제작 배경과 촬영 당시의 소회를 나누었다. 극장 안을 가득 메운 관객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개척교회 목사의 삶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설정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종교나 이곳 문화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는가.

=강동헌_ 교회는 어릴 때 여름성경학교에 몇번 가본 게 전부다. 영화감독의 삶과 개척 교회 목사의 삶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 생활을 바탕으로 몸에 배어 있는 이야기들을 엮어나갔다. 처음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부터 주인공의 직업을 개척교회 목사로 해야겠다고 정해놓고 시작했다. 다른 직업으로 설정하면 단순히 돈에 대한 이야기로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사라는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확장됐고, 그 부분에 집중하고자 했다. 운 좋게도 제작부장으로 신학대학 출신 사람이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 수술비 5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태욱과 정인이 온갖 수모를 겪게 된다. 영화 속 상황이 지금 이 시대의 팍팍한 현실을 잘 드러낸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떤 점에 끌렸나.

=류현경_ 나 역시 이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배우로 활동하며 힘들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단지 개척교회 목사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힘든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인생의 소용돌이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을 뵙고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김준원_ 지금 한국 사회의 상황이 한 가정을 통해 압축되어 있는 듯 했다. 특히 내가 맡은 동현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캐릭터라 생각했다.

-각자의 어렵고 우울한 시간을 투영하면서 영화를 촬영했다는데, 절절하고 현실적인 배우들의 연기 덕에 이야기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었나.

강동헌_ 단편영화 작업을 할 때부터 박혁권 배우를 알고 있었다. 조금은 불쌍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이 역할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 류현경 배우는 대중적이지 않고, 작은 규모의 작품이라 참여할까 걱정이 됐었는데 수락해주셔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인은 계속되는 시련 속에서 현실에 발을 붙이고 중심을 지키려는 인물로도 보인다. 정인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류현경_ 정인이 남편에 대한 사랑, 강한 신뢰를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에 공감하니,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인의 마음속에는 사랑과 신뢰가 굉장히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정인은 다시 좋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이해하고 연기했다. 촬영할 때는 힘든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파고들면 오히려 감정이 화면을 통해 잘 표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촬영장에서는 모두가 이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는 오히려 활기차게 시간을 보냈다.

<기도하는 남자>

-떨어져 사는 부부가 통화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이 통화하는 장면과 구도가 비슷한데, 정작 통화의 내용으로는 경제적 궁핍에 내몰린 생활인들의 씁쓸한 대사가 오간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멜로의 연장선상에서 그 내용을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치환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동헌_ 멜로영화처럼 촬영하고 싶었다. 원래 멜로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 말씀하신 대로 부부가 통화하는 장면을 멜로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도록 편집 과정에서 공을 들였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주인공인 목사 개인의 고난이 아닌 가족 전체의 고난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부부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큰 줄기가 다시 사랑을 환원하는 이야기라면, 태욱이 자신보다 자본적인 우위에 있는 목사 동현과 대립하는 과정에서는 액션, 스릴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진 자가 돈에 더 민감하다’는 자본주의의 가치를 설파하는 동현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하게 됐나.

강동헌_ 동현이라는 인물을 돈이 많은 대형 교회 목사로 설정해서, 기본적인 악역의 클리셰를 이용했다. 하지만 동현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동현은 자신이 좋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주인공 태욱에게, 형은 꼭 신실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김준원_ 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부분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 동현의 대사 중에 “나는 형을 동경했다”는 대사가 있지 않나. 부유한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이지만, 학창 시절에는 오히려 주변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다소 어눌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이후 돈을 빌려주는 문제와 얽히고, 교회 목사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안경을 쓰고 등장한다. 나약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는 것처럼 안경을 쓰는 설정이 어떨까 생각해서 이를 제안했다.

-어머니가 병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인물들이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 방아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설정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동헌_ 내 경험이 반영됐다. 우리 어머니가 명절에 가족들 앞에서 ‘병에 걸리면 자식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그냥 죽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흘러가듯 말씀하셨는데, 시간이 지나고 문득 생각이 나더라. 사실 극중에서 신앙심이 가장 강한 인물은 어머니이다. 나는 어머니의 선택이 신보다 위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이 이야기 속에 주요한 테마로 반영된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삶의 문제 앞에서 감정을 잘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20년 이상 활동한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했다.

류현경_ 너무 비극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오히려 더 차분해지더라. 어머니 역할을 연기한 남기애 선배님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아픈 엄마 앞에서 감정을 모두 드러낼 수 없겠다고 생각해 절제하면서 연기했다. 감독님은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인물, 감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셨다.

-개봉 계획도 궁금하다.

강동헌_ 열심히 배급사를 알아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후 오늘 극장에서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만 보였는데, 다시 보니 재밌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웃음) 개봉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김준원_ 개봉을 위해서는 입소문이 필요하다. 오늘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관객 분들이 SNS를 통해 <기도하는 남자>를 많이 알려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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