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차기작을 준비하는 한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초고도 적당히 마무리되어가는 가운데 최종 영화 제목을 고민하고 있었다. 애초의 제목도 좋아 보였으나 느닷없이 ‘작명하기 쉬운’ 영화 제목을 새로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수라>의 ‘아수리언’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불한당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에도 <독전>의 ‘독종’과 <허스토리>의 ‘허스토리언’에 이어 최근 <미쓰백>의 ‘쓰백러’라는 이름으로까지 이어진 팬덤 현상을 미리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생각에 살짝 어이없기도 했지만,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하고도 간절한 마음이라 생각하고 동석자들과 함께 마른안주를 뿌리며 격려해준 기억이 난다. 2019년에 찾아올 신작과 그 감독들과의 인터뷰는 다음호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주 마감하는 잡지에 ‘신년특별호’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이번호에도 2018년을 돌아보는 기획은 넘쳐난다. 먼저 쓰백러 얘기가 나온 김에, <미쓰백>의 한지민 배우와 이지원 감독이 우리의 연말 결산 자리에 흔쾌히 나와주었다. 그들이 영화를 통해 얻은 의미 있는 성과를 논하기 이전에, 연초 <미쓰백>으로 이지원 감독을 만났을 때만 해도 배급과 개봉이 불투명한 상태였기에, 이화정 기자가 진행한 이번호 대담 기사와 함께 연초 신작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처럼 최근 쓰백러들이 극장 티켓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배지도 제작해 나누고, 단관 상영까지 열며 흥행 역주행을 하면서 기어이 손익분기점 70만명을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2019년에는 독종과 허스토리언과 쓰백러를 이을 또 어떤 이름의 팬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무튼 대담에서 “다음 작품으로 꼭 관객 100만명을 넘길것”이라는 한지민 배우의 ‘일갈’이 예사롭지 않다.
또 ‘B컷으로 돌아보는 2018년’ 특집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해마다 <씨네21>의 연말 고정 특집이 된 이 기사를 통해 촬영현장의 숨겨진 모습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 영화 현장의 사진들을 뒤적인다는 것이 굉장히 번거로운 일일텐데도 매번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봐주는 스틸작가님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그 지면을 더 늘려서 더 많은 영화를 돌아봤다. 저마다 어떤 사진에 유독 눈길이 머물지 자못 궁금하다. 또 <씨네21>이 협찬사로 참여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도 다녀왔고(봉만대, 장항준 감독의 신 내린 듯한 진행 실력에 올해 가장 많이 웃은 날 중 하나였고), 지난주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과 모더레이터 정윤철 감독,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과 모더레이터 임필성 감독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로 <공작>의 윤종빈 감독과 모더레이터 이경미 감독,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과 모더레이터 변영주 감독, <1987>의 장준환 감독과 모더레이터 최동훈 감독의 대화도 전한다. 독자 여러분 모두, 이번 특별호와 함께 남은 한해 마무리 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