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너도나도 내 집 장만에 한창이던 1980년대. 마민지 감독의 아버지 마풍락씨와 어머니 노해숙씨 또한 개발 열풍에 합류했다. 울산에서 상경해 잠실에 자리잡은 부부는 ‘집장사’를 하며 30개 이상의 건물을 사들였고, 지위가 단숨에 중산층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중산층으로 살겠다는 그들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0년, 월셋집에서 살고 있는 부부는 한방을 터트려 재기하겠다는 희망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고,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가족사를 담기 시작한다.
잠실 허허벌판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올려 근대화를 이룩하겠다는 도시의 욕망은 고층 아파트를 손에 넣어 신분을 끌어올려보겠다는 인간의 욕망과 정확히 일치한다. 마민지 감독이 연출한 <버블 패밀리>는 그때 그 시절 누렸던 호사와 꿈을 잊지 못하는 부모를 카메라에 담아낸 사적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족의 사연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70, 80년대 잠실 개발사를 기록한 뉴스 클립과 푸티지 영상을 재구성해 이야기를 잠실 개발사, 나아가 서울시 개발사로 확장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집이 투기의 대상이고, 내 집 장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2018년에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마켓에서 다큐멘터리 피칭 최우수상을, 서울국제영화제 피치&캐치에서 더펙&기록문화보관소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