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스윙키즈> 박혜수 - 기죽지 않는 당당한 첫걸음
2018-12-27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스윙키즈>에서 박혜수가 연기한 판래는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고, 댄스팀의 유일한 여성이다. 이데올로기 갈등이 격렬했던 1950년대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기죽지 않았다. 개봉(12월 19일)을 이틀 앞두고 만난 박혜수는 “개봉이 코앞이라 설렌다”고 첫 영화를 찍은 소감을 씩씩하게 말했다.

-영화는 봤나.

=세번 봤다. 처음에는 숨은 ‘판래’ 찾기 하듯이 나만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시나리오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세 번째는 관객 입장에서 어떤 영화인지를 눈여겨봤다.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겠다.

=손에 땀을 쥐며 봤다. 긴장돼서 물도 계속 마시고. 스크린이 이렇게 클 줄 알았다면 더 디테일하게 연기할 걸 그랬다.

-오디션에서 무엇을 보여주었나.

=탭댄스, 노래, 대본 연기 세 가지를 준비했다. 탭댄스 학원에서 미리 익힌 기본 동작으로 1분30초 길이의 안무를 준비해갔다. 영화에서 판래가 댄스 오디션이 끝난 뒤 강당을 정리하던 잭슨(재러드 그라임스)을 쳐다보는 장면을 오디션으로 보았다. 대사를 하기 전 칠판 앞에 서서 강형철 감독님을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감독님이 그때 ‘눈빛이 이미 판래의 그것’이라고 나중에 말씀해주셨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판래는 어땠나.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춤도 잘 춰서 자칫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비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인물이 존재했던 것처럼 생생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래서다. 판래와 같은 시기를 보낸 외할머니에게 판래 같은 친구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쭤보니, ‘피난길에도 아이들을 모아서 글을 가르쳤던 똑똑한 여성들이 많았다’고 얘기해주었다. 그 말씀 덕분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외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얘기 중에서 판래를 만드는 데 영향을 받은 얘기가 또 있나.

=외할머니가 무척 부지런하시다. 대추 말렸으니 가져가라, 김장했으니 가져가라, 하신다. 쉬지 않고 항상 베푸시는 모습이 그때 그 시절 몸에 밴 습관인 듯하다. 무도회장에 가서 미군들과 춤을 추다가도 동생들을 위해 음식을 훔치고, 잭슨과 대화하면서도 새끼를 꼬는 영화 속 판래는 외할머니의 실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갔다.

-촬영 전 탭댄스를 열심히 준비했다고 들었다.

=하루 4~5시간씩 5개월 동안 준비했다. 탭댄스 수업이 끝나면 개인연습도 했다. 수업의 상위권 학생은 기수(도경수)와 샤오팡(김민호)이었고, 하위권은 판래와 병삼(오정세)이었다. (웃음)

-탭댄스 연습 말고 준비한 것은 뭔가.

=영어 대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게 중요했다. 어깨너머로 배운 영어라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콩글리시 발음을 구사했고, 영어 대사 사이사이에 한국어를 끼워넣었다.

-촬영 현장에서 판래가 내 옷처럼 편하게 느껴진 순간을 기억하나.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수, 샤오팡과 탭댄스를 연습할 때 서로 지팡이로 장난치다가 판래가 기수에게 “너 나 좋아해?” “빨갱이라 빨개진거지?”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밝고 소소한 풍경이지만 전쟁통인 걸 고려하면 너무 안쓰러웠다.

-무엇보다 당당하고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판래가 4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설정 또한 그만큼 똑똑하다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누구보다 생존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잭슨에게 자신을 통역관이자 댄스팀원으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대사에는 전쟁통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4에 도전한 적 있는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밴드부인 ‘놀씨’에서 활동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 친구들이 권유해 참가했고 1차 본선까지 올라갔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지만 가수는 먼 꿈이었는데 방송 출연을 거쳐 <스윙키즈>까지 오게 된 게 아직도 신기하다.

-배우 경력을 드라마 <용팔이>로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뒤 지금 소속사가 연기 활동을 제안해 왔다. 연기를 전혀 몰랐지만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노래와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국어국문학과 전공자로서 글과 가까이 지내는 직업인 것 같아 도전하게 됐다.

-기회가 되면 가수 활동도 할 생각인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생각은 있다. 지금은 부족한 점이 많고 갈 길이 멀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영화 2018 <스윙키즈> TV 2017 <사임당 빛의 일기> 2017 <내성적인 보스> 2016 <청춘시대> 2015 <용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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