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의 액션은 <언니>의 보장된 볼거리다. 여성 원톱 액션영화가 드문 현실에서 신체적으로 잘 훈련된 배우가 선보이는 다부지고 시원스러운 액션은 분명 귀한 쾌감을 준다. 다소 허술한 미장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피사체 이시영의 힘은 야무지다. 문제는 영화의 불편함도 비슷한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코르셋을 벗고, 링 위에 올라가 복싱선수가 된 배우에게 구태여 짧은 원피스와 하이힐을 고집하는 것이 <언니>의 세계다. 남성 악역들의 시선을 빙자해 당당히 신체를 관음하는 카메라는, 굳이 윤리적 차원을 언급하기 이전에 액션 신의 긴박감을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적발될 만하다.
이시영만큼이나 영화의 다른 한축에서 놀라움을 주는 건 신인배우 박세완이다.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언니 인애(이시영)의 동생 은혜(박세완)는 지적장애가 있다. 성매매 카르텔의 피해자가 되어 자취를 감춘 동생을 구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자비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언니>의 컨셉이기에 은혜의 수난은 피할 수 없는 전제다. 그럼에도 영화에 난무하는 성폭력 묘사, 혐오 발언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강한 분노가 주인공의 동력이라고 해서, 영화가 관객까지 착취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럼에도 <언니>를 보며 마음이 동한다면, 그건 영화가 배우의 액션 혹은 연기에 단단히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