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로 체첸 분리주의자를 지목하고 대테러 작전을 이유로 2차 체첸 전쟁을 일으킨다. <더 서치>는 체첸에 탱크를 끌고 도착한 러시아 군인의 기록물과 같은 영상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총살도 서슴지 않는 군인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은 8살 소년 하지(압둘 칼림 마무치예프)의 시선이다. 어린 동생을 끌어안고 창 뒤에 숨어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하지는 목격자이자 피해자이다. 18개월 된 동생을 안고 피란길에 오른 하지는 어느 집 앞에 동생을 버리고 도망치고, 도심의 난민캠프에 도착하지만 충격과 죄책감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전쟁고아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는 헬렌(아네트 베닝)과 유럽연합 인권위원회의 캬홀(베레니스 베조)은 체첸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노력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피로와 절망만 쌓여간다. 길에서 우연히 하지와 만난 캬홀은 소년을 집에 데려가 상처를 보듬는다. <더 서치>는 전쟁고아가 되어 말문을 닫은 하지가 희망을 잃지 않고 회복되는 과정과 순수한 청년이었던 콜리아(막심 에멜리야노프)가 전쟁터에서 폭력에 노출되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교차한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전쟁의 참상이 자칫 가짜 스펙터클처럼 보일까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감독의 의도대로 군대 내부의 폭력과 전장은 기록 영상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져 전쟁의 끔찍함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동생을 품에 안고 탱크 옆에 숨어 눈물을 훔치는 소년 하지의 눈빛은 특히 마음을 움직인다.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유럽연합의 인권 활동가를 영화의 주요 인물로 배석시키고 반전의 메시지를 증언과 대사로 전달하는 연출은 감독의 전작에 비해 투박하지만 그만큼 선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아티스트>로 2012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이 체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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