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래의 미라이>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를 만나다
2019-01-16
글 : 임수연

4살 소년 쿤(가미시라이시 모카)의 세계에는 엄마(아소 구미코)와 아빠(호시노 겐), 강아지 윳코(요시하라 미쓰오) 그리고 열차 장난감만이 있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쿤의 일상은, 첫눈이 오던 날 갓 태어난 동생 미라이(구로키 하루)가 집에 입성하면서 균열이 생긴다.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 동생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몰래 괴롭히기도 하는 쿤. 처음 느끼는 감정에 휩싸인 그는 정원에서 인간이 된 윳코를 만나고, 미래의 미라이와 조우하며 또 다른 모험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엄마나 젊은 시절의 증조할아버지(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만나는 등 온갖 초자연적 일들이 벌어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등을 만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사적 경험이 반영된 영화. 자신의 아들이 4살 때 갓 태어난 여동생을 한껏 질투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스펙터클한 사건이 벌어져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성장 서사의 정석적인 스토리텔링 대신 소년에게 벌어지는 환상적인 일을 이어붙이는 구성을 택했다. 잔잔한 듯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육아의 디테일한 묘사와 감독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져 극을 흥미롭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건이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특성상 비주얼이 한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꽉 막힌 벽 대신 통유리를 써서 탁 트인 공간감을 주고, 집 안에 계단을 여러 개 설치하는 등 단차를 줘서 어린이의 ‘성장’이라는 주요 테마와 연결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각 세대의 시간을 교차함으로써 생명의 순환이라는 큰 그림을 은유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아시아권 영화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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