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냉장고’ CF 때문에 이틀 밤을 지샌 후라지만, 이영애는 싱그러웠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얼음처럼, 혹은 그날 다시 내린 눈처럼. “‘좋은영화’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익살스럽게 운을 뗀 후 새 영화 <선물>을 “재밌게 찍은 영화”라 말하는 그에게선 재미있게 일하는 이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생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선물>에서 이영애가 맡은 역은 시한부 삶을 사는 주부. 아픈 것만 빼고는 ‘평범한’ 역으로, 개그맨으로 나오는 이정재와 함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부부”를 연기했다. 정연이 되기위해 이영애는 헤어스타일부터 바꿨다. 헤어제품 광고에서 먼저 선보인 가벼운 커트. 가벼운 머리를 택한 건 정연에게서 예쁘게 포장된 일상 대신 털털한 생활이 묻어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멜로의 여주인공이라면 흔히 긴머리를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정연은 억척스럽게 사는 보통 주부에요. 짧은 머리가 어울리죠.” 주부야 어디서나 봐 왔으나, 시한부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간접체험이 필요했다. “뭘 열심히 봤는지 아세요? <병원24시>예요….”
<선물>을 준비하며 매주 한번씩 이영애는 브라운관을 통해 타인의 아픔 속으로 빠져들었다. 병든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면서 그는 때로 눈물보다 웃음이 더 진한 슬픔을 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설까, 화사한 웃음을 담은 <선물> 포스터가 그의 마음에 쏙 든다 했다. “요즘 같으면 쉰다는 게 의미가 없어요. 좋은 작품이 계속 들어오니까요.” 인터뷰 당시 <선물> 후시녹음 중이던 이영애는 그 며칠 후 또다른 새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에 들어갔다. <…JSA> 팀과는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온 참이었고, 그 전에는 또 드라마 <불꽃> 홍보차 대만에도 다녀왔었다. 1월 마지막날, 생일도 그곳에서 보냈다. 쉴 짬이 없이 계속되는 일들. 하지만 이영애는 “일하는 게 스트레스가 아니”라면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한달을 쉬어도 열흘 쉰 것 같을 때가 있고, 열흘을 쉬어도 한달 쉰 것 같을 때가 있잖아요. 전 후자에 속하는 것 같아요.” 서른, 건강과 의욕을 끊임없이 공급받으며 양지바른 시간을 보내는 이영애의 서른이 행복해보인다.
'스타니슬라프스키와 브레히트 비교이론에 대한 연구'
이영애가 얼마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논문. 감성으로 하는 연기와 이성으로 하는 연기를 비교하고자 했다. “3년동안 쓴 거예요.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죠.” 팬사이트의 게시판에는 그에게 논문자료를 요청하는 전공자의 글도 올라와 있다.
<메트로폴리스>
이영애가 베를린영화제에서 본 ‘유일한’ 영화. 다른 영화들 중에 보고 싶은 게 많았으나 스케줄이 안 맞아 못 보던 차에 박찬욱 감독이 보러 가자고 하여 <…JSA> 팀이 단체관람을 했다. “다들 안 졸려고 혼났어요. (웃음)” 하지만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은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