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버나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
2019-01-23
글 : 이화정

출생 기록도 없고, 학교도 가지 못한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 매일 계속되는 노동에도 묵묵히 지내던 자인은 부모가 어린 여동생을 성인 남자에게 팔아버리자 분노에 차 집을 나온다. 집을 나와 떠돌던 자인은, 1살짜리 아들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을 만난다. 라힐이 체류 문제로 구속되자 자인이 어린 요나스를 떠맡게 된다.

영화의 시작, 구속된 자인은 법정에서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자인의 기막힌 사연을 역추적하는 동안, 영화가 따라가는 것은 가난, 불법 체류, 아동 학대 등의 일이 일어나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척박한 풍경이다. 카메라는 자인이 요나스를 이동하기 위해 각종 집기들을 이용해 만든 조악한 이동수단(일종의 썰매)을 쫓는데, 성인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낮은 위치다. 차가 달리는 도로 위, 뒤뚱거리는 요나스의 움직임. 그렇게 시종 불안의 바닥을 헤집던 카메라가 급작스러운 부감으로 베이루트의 빈민촌을 조감할 때, 이 위태로움은 그저 신파가 아닌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이자 현실, 혼돈의 도시 ‘가버나움’이 된다.

4년간 베이루트의 빈민가 아이들을 조사해 시나리오를 쓴 나딘 라바키 감독은 현실을 뛰어넘는 날것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 시리아 난민이며, 이 영화에 출연하는 많은 이들이 길거리 캐스팅이나 불법 체류자 등 비전문 배우로 꾸려졌다. 사람의 감정선을 헤집는 자극적인 설정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이토록 생생한 현실을 포장하지 않는 날것의 시선도 동시에 존재한다. <가버나움>은 이 에너지들을 대담하게 뒤섞어 만들어내는 아주 강렬한 드라마다. 계산된 연기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아이들의 연기가 시종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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