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앞날을 책임질, 국내 스튜디오들
2019-01-29
글 : 김진우 (온라인뉴스2팀 기자)
<언더독>

디즈니, 드림웍스 등의 작품으로 3D 애니메이션 영화 최강자가 된 미국. 스튜디오 지브리를 선두로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이 활약하며 2D 애니메이션 영화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일본. 이에 반해 확실히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인지도는 현저히 낮은 현실이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을 배출한 오돌또기 스튜디오. 그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 <언더독>도 현재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영화보다는 주로 TV 시리즈, 게임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는 국내 스튜디오들이 있다. 각 스튜디오 별로 작품의 분위기, 작화도 다양하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앞날을 책임질 여섯 개의 국내 스튜디오들을 소개한다. 해외 작품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들은 제외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감독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회사명부터가 열정과 패기가 느껴진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장형윤 감독이 꿈을 좇기 위해 2005년 설립한 회사다. 사실 풀네임은 ‘지금이 아니면 안 돼. 나중엔 너도 나도 변할 테니까. 사랑도 음악도 시도 영화도 지금이 아니면 안 돼’라는 로맨틱한 이름이었지만 너무 길어 뒷부분을 잘랐다고 한다.

​아무렴 어떤가. 장형윤 감독은 변경된 이름처럼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에는 자판기로 환생해버린 무림 고수를 그린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2013년에는 첫 장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공개했다. 2018년에도 두 번째 장편 <마왕의 딸 이리샤>를 제작했다.

​그의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판타지적 설정을 통한 기발한 아이디어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역시 ‘얼룩소로 변한 청년과 소녀로 변한 인공위성’이라는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설정이 중심이 된다. 독특한 아이디어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더해 마니아층을 형성해가고 있는 감독, 스튜디오다.

올리브 스튜디오

<점박이:한반도의 공룡3D>

올리브 스튜디오는 1999년 국내 최초의 잠수함 소재 영화 <유령>을 제작했던 민병천 감독이 설립한 스튜디오다. <유령>에서도 CG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던 민병천 감독은 이후에도 SF 영화 <내츄럴 시티>를 연출, 드라마 <궁>의 CG를 맡으며 이를 이어갔다. 그리고 눈을 돌린 것이 3D 애니메이션. 그는 올리브 스튜디오를 설립, TV 시리즈 <코코몽>을 제작하며 3D 애니메이션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올리브 스튜디오가 한상호 감독과 함께 제작한 것이 EBS 3부작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이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콘텐츠 회사 드림서치 C&C와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3D>(이하 <점박이>)를 제작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달리, 극적 스토리를 중심으로 주인공 점박이(이형석, 신용우, 구자형)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익숙한 공룡을 소재로 비주얼과 드라마를 자랑한 <점박이>는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이후 올리브 스튜디오는 다시 <코코몽> 시리즈에 집중, 키즈랜드 개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올리브 스튜디오는 빠졌지만 1편의 흥행에 힘입어 드림서치 C&C와 앤디 스튜디오가 함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도 제작, 지난 12월25일 개봉했다. 1편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50만 관객을 넘으며 선전 중이다.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파닥파닥>

2012년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제작한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있다. 이대희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회사다. 2002년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페이퍼 보이>로 독특한 감각을 자랑하며 부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이대희 감독. 그는 스튜디오를 차린 후 2012년 첫 장편 <파닥파닥>을 선보였다. 독특한 점은 2D였던 <페이퍼 보이>와 달리 <파닥파닥>은 3D를 중심으로 중간중간 2D를 삽입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또한 여타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주로 아이들을 타깃으로 했던 반면, <파닥파닥>은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파닥파닥>이 고등어의 횟집 탈출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식인종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탈출해야 하는 고어 무비였을 것. 게다가 작은 수족관은 권력을 통한 차별이 만연한,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이면처럼 그려졌다. 아무렇지 않게 즐겨먹는 생선회를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확실히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봐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파닥파닥> 이후 아직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대희 감독은 2013년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로봇과 소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2015년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제작에 차질이 생긴 듯하다.

스튜디오 다다쇼

<돼지의 왕>

<파닥파닥>이 ‘동심파괴’ 애니메이션이라면, 스튜디오 다다쇼는 아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관람불가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하는 곳이다. <부산행>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이끄는 스튜디오로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진 것은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 <돼지의 왕>부터다. 어린 중학생들을 통해,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로 인간의 폐부를 드러낸 작품. 욕설과 함께 잔인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하며 마치 실사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연상호 감독은 군대의 부조리들 다룬 단편 <창>, 사이비 종교를 그린 장편 <사이비> 등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스튜디오 다다쇼만의 개성을 확립했다.

​이외에도 연상호 감독이 프로듀서, 홍덕표 감독이 연출을 맡은 <발광하는 현대사>, <졸업반>은 ‘성적 욕망’을 중심 소재로 잡아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가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했다. 홍덕표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연출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아쉬움, 불만 같은 게 있었다. 현재의 협소한 애니메이션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더 다양한 소재, 주제의 이야기도 가능할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

분위기를 바꿔보자. 그 주인공은 이름부터가 서정적인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다. 안재훈 감독을 중심으로 한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단편 애니메이션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겨울연가> 등 유명 드라마의 OVA(Original Video Animation)을 제작하며 성장했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2002년부터 제작을 시작해 무려 8년 뒤인 2010년 완성된 <소중한 날의 꿈>이다. 오랜 작업 시간에 걸맞게 흩날리는 꽃잎, 쏟아지는 비 등 섬세한 작화가 돋보인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197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도 자랑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이후 국내 유명 문학 작품들을 애니메이션화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2014년에는 세 편의 문학(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을 엮은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제작했으며, 2017년에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중편으로 선보였다. 현재는 김동리의 <무녀도>도 장편으로 제작을 완료해 개봉을 준비 중이다. 전작들과 달리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되는 창극 애니메이션이다.

오돌또기

<마당을 나온 암탉>

이미 언급했지만 오돌또기 스튜디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2위인 <점박이>가 100만 관객, 1위인 오돌또기 스튜디오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관객. 1위와 2위의 격차만 봐도 오돌또기 스튜디오가 얼마나 커다란 성과를 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돌또기 스튜디오는 만화가 박재동이 제주 4.3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한 스튜디오다. 작품의 이름 자체가 <오돌또기>였다. 그러나 IMF 등으로 제작이 무산되며 작품보다는 스튜디오 이름으로 남게 됐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당시 TV 대선 광고,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영화 <26년>의 애니메이션 파트 작화 등을 맡았다. 그리고 오성윤 감독과 만나 선보인 것이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양계장을 탈출한 잎싹(문소리)이 삶의 터전을 찾고 ‘엄마’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생태계의 섭리를 모성애를 통해 보여주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흥행과 함께 평단의 인정까지 두루 챙기며 단번에 오돌또기 스튜디오를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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