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미언 셔젤 / 출연 마일스 텔러, J. K. 시먼스 / 제작연도 2014년
지금보다 더 어릴 적,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처음으로 드럼을 배웠고, 선생님과 일주일에 5일 이상 연습실에서 살았던 것 같다. 처음 배웠던 드럼은 나를 흥분시켰고 하면 할수록 더 배울 게 많다는 점이 나에겐 행복이었다. 연습실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다 쉴 때면 가끔 방음부스에서 드럼 소리가 새어나왔는데, 그 새어나오는 드럼의 강렬한 킥 소리를 듣고 있는 것조차 좋았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였다. 그렇게 항상 시간이 날 때면 연습실에 들렀고, 드럼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사정이 생겨 더이상 연습실에 갈 수 없게 됐고, 드럼을 이전만큼 자주 못 쳐 아쉬워할 때쯤 영화 <위플래쉬>가 개봉한다는 소리에 극장으로 바로 달려갔다.
누구에게나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나에겐 <위플래쉬>가 그런 영화이다. 음악과 연기를 사랑하는 나에게 <위플래쉬>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은 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상영시간 내내 연주되는 모든 곡들은 전부 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극장에서 처음 <위플래쉬>를 볼 때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단 1초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영화를 본 것 같다. 영화의 모든 것들이 날 휘감으며 106분 동안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앤드류(마일스 텔러)의 <Caravan>에서 이어지는 긴 독주는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든 생각. ‘아, 또 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또 보다보면 그 영화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된다. 이 글을 쓰기 전 <위플래쉬>를 또다시 봤다. 몇년 전 보았을 때 느꼈던 것보다 20살이 된 지금, 영화를 접하는 내 느낌은 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주인공을 관통하는 음악이라는 요소로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보는 내내 당장 뭐라도 하고 싶은 열정을 나에게 심어준다. <위플래쉬>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열정’과 ‘노력’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해준다. 영화에서 플레처(J. K. 시먼스)라는 인물에 대해 예전에는 그저 ‘열정적인 사이코패스 선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에게도 앤드류에게도, “이 정도면 됐어, 잘했어” 하고 만족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참된 스승’이란 생각이 든다. <위플래쉬>는 나에게 여러모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내 인생의 영화’다.
음악의 힘인지 <라라랜드> <싱 스트리트> <베이비 드라이버> <스타 이즈 본> 등 음악이 나오는 영화는 <위플래쉬>만큼 좋아한다. 그러나 “더 할 수 있어, 더 노력해, 가능해!”라고 말해주는 <위플래쉬>는 적어도 수많은 영화 중 이제 막 20살이 된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드럼만큼이나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내 인생의 영화’다.
● 성유빈 배우. <완득이>(2011),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숨바꼭질>(2013) 등에서 아역을 연기했으며 <대호>(2015)에서 만덕(최민식) 아들 ‘석’ 역할을 연기했다. 최근작으로 <아이 캔 스피크>(2017),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살아남은 아이>(2017)가 있다.